日 언론, 도쿄전력 원전 관리 실패 비판…'핵연료 반출 전 현장시찰 안해'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 또 실패
"도쿄전력 시찰 한번 안 와"
사고도 빈번…"리스크 관리 자만했다" 비판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이 계속 실패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 도쿄전력의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작업 실패는 기초적인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부터 끊임없는 산재 발생으로 원전 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2일 공영방송 NHK는 지난달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있는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데브리·debris의 일본식 표현) 반출 시도가 실패한 것과 관련 "취재 결과 도쿄전력과 원도급 업체 그 누구도 설치부터 가동 당일까지 한 달간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사진출처=연합뉴스)

사고 원전 안에 눌어붙은 방사성 물질 데브리는 오염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전 안으로 들어가는 빗물이나 해수가 데브리를 통과하면서 계속해서 오염되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데브리를 제거하기 위해 얇은 파이프 5개를 낚싯대처럼 이어 붙여 원자로에 밀어 넣은 뒤 이를 긁어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세 번의 작업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심지어 지난달 23일의 경우 작업 당일에야 파이프 순서가 뒤바뀐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뒤늦게 이를 중단했는데, 그간 도쿄전력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로만 업무를 진행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언론들도 도쿄전력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NHK는 "한 달 전인 지난 7월 28일 현장에 파이프가 정렬됐지만 하청 기업은 작업 예행 연습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여기에 취재 결과 도쿄전력과 원도급사도 착수 당일까지 한 달 가까이 한 번도 현장에서 순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실상 관리부실 논란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도쿄신문도 "도쿄전력은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로 자만했다"고 꼬집었다. 도쿄신문은 "지난해 10월 작업원 피폭사고 이후 후쿠시마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 2월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이 도쿄전력 사장을 호출해 재발 방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후쿠시마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건수는 365건에 이른다. 인정 사례를 살펴보면 작업 중 부상을 입거나 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경우, 피폭으로 백혈병이나 암이 발생한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 현재 피폭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사례는 2015년 1건으로 시작해 총 3건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인부 5명이 오염수 정화 시설 배관을 세정하는 폐수를 뒤집어쓴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사고로 2명은 피폭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쿄신문은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에는 작업자가 오염수 정화 설비 밸브를 열어둔 채 이를 세척하면서 배기구에서 1.5t의 오염수가 외부로 누출됐다. 4월에는 작업자가 콘크리트 포장을 파내던 와중에 전원 케이블을 건드리면서 정전이 발생해 작업자가 심한 화상을 입고 오염수 방류가 6시간 반 중단되는 일도 있었으며, 6월에는 6호기 터빈 건물에서 전원 제동 장치가 떨어지면서 사용 후 핵연료 냉각이 10시간가량 멈췄다.

한편 도쿄전력은 이날 경제산업성 등 관계자들에게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중단됐던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을 재개하는 것은 다음 달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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