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수출 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지지부진해진 만큼, 유연한 노동시장, 신산업 전환 등 생산성 향상을 이끌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8일 발간한 '수출 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을 대상으로 수출 기업의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액)을 계산한 결과,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9년 전체 제조 기업 대비 30% 정도 높은 생산성을 보유했다. 반면 2020∼2022년 기준 수출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9368만원으로, 전체 제조 기업(9289만원)보다 약 0.8% 높은 데 그쳤다.
SGI는 수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부진한 배경으로 중국 특수 소멸과 인력 재조정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국내 주력 제조업은 과거 중국 특수에 기대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부품·소재 국산화 확대가 맞물려 어려움이 더 커졌다. 또 중국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인력 재조정이 어려워 노동성이 저하된 것으로 분석했다.
주력 수출 품목을 생산하는 업종이 산업 사이클상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투자를 늘려도 얻는 생산성 향상 폭이 제한적인 점도 지적됐다. SGI는 수출 기업의 생산성 향상 대책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사업 재편을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 추진 ▲중국을 대체할 시장 발굴 등을 제언했다.
특히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한 인력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법제의 고용 친화적 정비, 근로 시간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 개선,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지닌 점을 고려할 때 수출 기업의 생산성 향상 없이는 경기 회복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한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 수출 기업의 신산업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 저부가 기업의 원활한 사업 재편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