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대선 TV 토론 참패 후 민주당 내부에서 전방위적으로 출마 포기 압박을 받아온 지 약 한 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내 당(민주당)과 국가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 남은 임기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의 대통령으로 봉사한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이번 주 후반 내 결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X에 올린 후속 게시물에서 "지난 2020년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은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난 카멀라가 올해 우리 정당의 후보가 되도록 모든 지지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원 여러분, 이제 함께 모여 트럼프를 이길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지난 2021년 대통령 취임 후 성과에 대해 "우리는 지난 3년 반 동안 위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며 "우리는 국가 재건, 고령자를 위한 약가 인하, 비용이 낮은 헬스케어 확대 등에 역사적인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최초로 흑인 여성 대법관을 임명했고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후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우리는 이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100년에 한 번 오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공황 이후 가장 최악의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보존했으며 전 세계에서 우리 동맹을 재건하고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들 없이 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는 알고 있다"며 "내게 신뢰를 보내 준 미국 국민들에게도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 재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나의 대단한 파트너가 돼 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 모든 일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TV 토론에서 말을 더듬거나 허공을 쳐다 보는 모습 등으로 고령, 인지력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30여명의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민주당 원로인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촉구하면서 끝내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진행됐던 미 대선 구도가 급변하게 됐다. 민주당은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