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못 낳게 하려고 작정했나' 산모들 분노에...복지부 재검토

무통주사-페인버스터 병용 금지 예고에
산모들 "출산장려 역행" 반발
정부 한발 물러나 "병용 가능, 비급여 검토"

정부가 제왕절개 분만 시 무통주사와 국소마취제(페인버스터) 병용을 금지하게끔 지침 개정을 예고했다가, 임신부와 가족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이를 재검토 하기로 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병용해서 쓸 수 없도록 보건복지부가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와 관련, 선택권을 존중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급여기준 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중 1종만 맞을 수 있도록 한 당초 행정 예고안을 2종 모두 맞을 수 있도록 하고, 페인버스터 역시 비급여(전액 환자 부담)로 투여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앞서 지난달 10일 복지부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후, 반발이 거세진데 따른 조치다. 해당 개정안에는 오는 7월부터 무통주사를 못 맞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왕절개로 분만할 시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병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예외적으로 페인버스터를 사용할 때도 본인 부담 비율이 기존 80%에서 90%까지 높아졌다. 페인버스터가 선별급여에서 비급여로 전환되면 12만~30만원에서 16만~51만원 선으로 가격이 대폭 상향된다.

이에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다. 이들은 "안 그래도 저출산인데 제정신이냐", "아이 낳지 못하게 하려고 작정했다", "출산 고통 그대로 느끼라는 거냐", "산모 선택권 제한이 말이 되냐", "저출산 시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복지부는 해당 행정 예고의 근거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이 지난해 11월 페인버스터에 대해 '병행 사용 비권고' 판정을 내렸다는 점을 들면서 "지속적 국소마취제를 다른 통증조절 방법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 학회 및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관련 학회 자문과 다수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일명 '페인버스터'로 불리는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ontinuous wound infusion, CWI)은 수술 부위 근막에 별도 기구를 삽입해 국소마취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 통증을 줄이는 방식이다. 2010년 신의료기술로 지정됐고, 2016년 건강보험 선별급여로 등재돼 쓰였다. 제왕절개 분만은 최소 11㎝ 이상 복부를 절개하는데, 이로 인한 통증은 외과 수술 중에서도 매우 심한 편에 속한다. 이에 소위 무통주사(Patient control analgesics, PCA)로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의 주입만으로는 통증 조절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중적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페인버스터 사용이 대중화돼 통증이 심하고 두려운 제왕절개 산모들에게 필수적인 시술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1990년대 5%에 불과했던 전 세계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8년 기준 21%까지 상승했다. 제왕절개 분만이 늘고 있는 이유는 ▲높아지는 임신연령 ▲다태아 출산 증가 ▲산고에 대한 두려움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제왕절개 비율이 1000명당 537.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슈&트렌드팀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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