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3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위원회·CEDAW)가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추진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또 현재 공석인 여가부 장관도 즉각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날 제9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를 마친 뒤 최종 견해(권고안)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제15525호의 여가부 폐지를 우려스럽게 지적한다"며 "여가부 폐지 조항을 철회하고, 바로 부처 장관을 임명하는 한편 어떤 형태의 조직 개편에서든 여가부의 기능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가부 폐지 추진은 앞서 여가부의 역할과 자원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위원회의 최종 견해에서 퇴보하는 움직임이 될 수 있다"며 "여성 발전을 위한 국가 계획을 세울 때 여성단체의 참여가 제한적인 부분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여가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대폭 확대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도 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 설정 ▲비동의 간음죄 도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효과적인 구제 방안 마련 등의 이행 상황을 2년 안에 추가로 보고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는 "부처 폐지의 취지는 양성평등 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엔이 지적한 '개정안 제15525호'는 정부가 추진하는 여가부 폐지 법안이 아니기에 사실과 어긋남에도 권고에 포함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부처의 장관 임면권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국제기구에서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위원회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189개국의 협약 이행 상황을 감독하는 기구다. 우리나라는 1984년 가입한 뒤 4년 주기로 관련 분야의 정책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해 심의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