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다른 채널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품을 방송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낍니다. 조선미녀는 롯데홈쇼핑 단독 상품으로 수백 일 동안 조선미녀 사무실에 출근 도장을 만큼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박연주 롯데홈쇼핑 뷰티 부문 MD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사옥에서 아시아경제 인터뷰를 통해 "조선미녀의 두 번째 유통 채널은 롯데홈쇼핑이 돼야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선미녀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먼저 알려진 브랜드다. 한방 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유기농 쌀과 곡물 발효 추출물을 활용해 만든 맑은 쌀 선크림은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개 이상 판매됐다. 2022년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선크림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당 썬크림은 물이나 땀에 지워지지 않으며 발림성이 부드럽고 촉촉하다는 평가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조선미녀는 국내에서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서만 제품을 납품해왔다. 롯데홈쇼핑이 두 번째 판매 채널이다.
지난달 12일 오전 롯데홈쇼핑에서 첫 선을 보인 조선미녀 '맑은 쌀 선크림'은 방송 25분 만에 준비한 물량 4000세트가 전부 동나며 말 그 대로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된 선크림 대비 분당 주문 수량은 약 3배나 많았다. 방송 이후 제품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에 맞춰 롯데홈쇼핑은 1일 2차 방송에서 1차에서 판매한 물량보다 2배 더 많이 판매할 계획이다.
박연주 MD는 조선미녀 론칭 과정이 홈쇼핑 MD 경력 10년간 가장 긴장되고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박 MD가 조선미녀에 관심을 키웠던 시점은 지난해 여름이다. 평소 연예 및 스포츠 기사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박 MD는 'K뷰티'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이 때 박 MD의 관심을 끈 브랜드가 조선미녀다. 국내 화장품 기업의 경우 일본, 중국, 아시아권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조선미녀는 불모지와도 같았던 미국에서 선크림으로 수천개를 팔았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박 MD는 "해외에서는 유명하지만,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이 늘면서 선케어 제품이 앞으로 더 많이 팔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부터 박 MD는 본격적으로 조선미녀와 관계를 맺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고객센터로 문의해 상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한 뒤 회사 안에서는 조선미녀 제품을 들여와야 한다고 많은 사람을 설득했다.
그러나 과정이 예상만큼 순탄하지는 못했다. 통상적으로 홈쇼핑에선 제품 미팅부터 판매까지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조선미녀는 방송이 이뤄지기까지 반년 이상 소요됐다.
조선미녀도 박 MD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4개월간 매일 출근 하듯이 회사에 찾아가 얼굴을 비췄다.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직매입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떨구지 않고 판매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직매입은 롯데홈쇼핑이 제품을 직접 사와 창고에 쌓아두고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이 흥행하지 못하면 모두 재고를 떠안을 수 있다.
박 MD는 "회사 내부에서는 직매입으로 상품을 들여온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컸다"며 "결정권이 있는 분들께 직매입해서라도 이 제품을 끌어와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박 MD는 조선미녀와 같은 단독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브랜드를 많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MD는 최근 국내 1700여개 에스테틱에서 관리제품으로 사용되는 '시바산' 제품을 단독 론칭한 데 이어 '비타민'라인으로 제품을 확장해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목표 대비 170%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롯데홈쇼핑의 주력상품으로 올라섰다. 박 MD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이 있을까 매일 생각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며 "조선미녀의 경우 가을 겨울 즈음에는 기초제품을 홈쇼핑 단독으로 만들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