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2000년부터 5년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엄여인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엄인숙의 얼굴이 24년 만에 공개됐다.
29일 LG유플러스의 STUDIO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의 예고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가평 계곡 살인사건(이은해)’, ‘연쇄 보험 살인 사건(엄인숙)’,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제주 전남편 살인 사건(고유정)’, ‘박초롱초롱빛나리 양 유괴 살인 사건(전현주)’ 등이 소개되며 여성 범죄자들의 얼굴이 나온다.
특히 엄인숙의 얼굴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엄인숙 사건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던 당시 범인의 성별과 성씨, 나이 외에는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엄인숙은 한동안 '엄여인'으로 불렸다. 다만 2022년 방송된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에서 당시 엄인숙을 담당한 강남경찰서 오후근 형사는 "다소곳하고 부잣집 딸처럼 고급스러워 보이는 미인형이었다"며 "탤런트라고 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엄인숙을 직접 만났던 권일용 프로파일러 역시 “잔혹한 행위에 비해 신뢰감을 주는 타입의 얼굴이었다. 친절한 말투와 자신이 가진 ‘후광’을 무기로 이용한 범죄자였다”고 기억했다.
보험설계사였던 엄인숙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10명을 대상으로 연쇄살인, 존속, 중상해, 방화치사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 중 3명은 사망했다. 엄인숙은 사이코패스 여부 진단 결과 40점 만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엄인숙은 첫 번째 남편에게 우울증약을 먹여 정신을 잃은 틈을 타 얼굴 화상, 복부 자상 등의 상해를 입혔다. 2년간 이어진 범행으로 시름시름 앓던 첫 남편은 결국 사지 봉와직염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후 엄인숙은 두 번째 남편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고, 그도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엄인숙은 남편들을 살해한 후 거액의 보험금을 챙겼다.
직계 가족도 그에게는 범행 대상이었다. 엄인숙은 친엄마에겐 주삿바늘을, 친오빠에겐 염산을 이용해 실명에 이르게 했다. 또 자신을 도와준 가사도우미의 집에도 방화를 질러 가사도우미의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엄인숙의 남동생이 경찰서를 찾아와 "누나 주변에 있으면 모두가 죽거나 다친다"라는 진술을 하며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고 결국 그의 범행이 밝혀졌다. 법원은 2006년 엄인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그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