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기자
대만에서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서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내는 전기 요금 역시 25%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순이익이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은 긍정 요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통해 대만 파운드리 업계 전기 요금이 15~25%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TMSC의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이 많아 전기 요금이 25% 인상될 수 있다고 봤다. 대만 UMC와 PSMC 등 다른 업체들의 경우 15% 정도 요금이 인상될 전망이다.
이번 요금 인상이 대만 파운드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비용 증가가 TSMC, UMC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두 회사의 등급을 '시장보다 우수'로 유지했다. 다만 WSMC와 PSMC의 경우 비교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시장보다 나쁨' 등급을 부여했다.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이번 전기 요금 인상으로 줄어들 대만 파운드리 업계 순이익률은 약 0.6~1.2%포인트다. 이 중 사업 규모가 더 큰 TSMC와 UMC의 경우 순이익률이 각각 0.7%포인트,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WSMC와 PSMC의 경우 순이익률이 0.9%포인트, 1.2%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
TSMC는 매출이 많은 만큼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영향이 타 업체 대비 적을 수 있고, UMC는 해외에 두는 공장이 많은 만큼 대만 전기 요금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모건스탠리 평가다.
모건스탠리 테크놀러지 분석가인 우위루이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TSMC와 UMC 목표 주가를 860위안, 60위안으로 제시했다. WSMC와 PSMC 목표 주가는 58위안, 22위안으로 책정했다.
UMC와 PSMC는 이 같은 투자 보고서가 나오자 언급을 삼가면서도 전기 요금 상승에 따른 내부 영향은 이전 평가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 역시 전기 요금이 15% 오를 경우 회사 전기 요금이 약 12%에서 15% 증가할 수 있음에도 회사의 장기 재무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 요금 인상으로 공장 운영에 부담이 커졌지만 대만 파운드리 업계로선 올해 기대 요소가 더 큰 상황이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파운드리 시장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옴디아와 가트너, IDC 등 주요 시장조사 업체들은 모두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전년보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인공지능(AI) 기반 수요로 인해 (파운드리 10대 기업) 연간 매출이 12% 늘어나 1252억4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1115억4000만달러)보다 12.28% 많은 수치다.
TSMC의 경우 업계 평균 매출 증가율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선단 공정 비중을 늘리며 고부가 사업을 키운 결과다. TSMC는 이번 1분기 순이익 규모가 전년 동기(167억2000만달러)보다 12.44% 늘어난 180억~18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61.2%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 UMC는 5.4% 점유율로 4위, 1.0% 점유율을 차지한 PSMC는 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