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권력에 병들었고 종신 집권을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대선 자체에 대해서도 정당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의 독재자(푸틴)가 또 다른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는 자신의 개인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악이든 저지를 것"이라며 "이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저지른 모든 일은 범죄"라며 "푸틴의 영원한 통치를 보장하기 위해 러시아 살인마들이 이번 전쟁에서 저지른 모든 일에는 정당한 보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푸틴)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정의"라며 "이번 선거 흉내 내기에는 정당성이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수치는 헤이그에서 재판을 거쳐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전범으로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피고인석에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주요국들도 러시아 대선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정적을 수감하고 다른 사람들이 출마하지 못하게 한 방식을 고려하면 이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주요 외신에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옛 트위터인 엑스(X)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불법으로 선거를 치름으로써 러시아는 평화로의 길을 찾는 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영국은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인도주의적·경제적·군사적 도움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외무부 역시 엑스에 "러시아의 가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푸틴의 집권은 독재적이며 그는 검열과 탄압, 폭력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에서의 '선거'는 무효이며 또 하나의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사실상 5선을 확정했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에 따르면 대선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87%에 달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개표가 40% 진행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634%라고 발표했다. 이날 대선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집권을 연장하게 된다.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