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하루 동안 치매 노인을 직원으로 내세운 카페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 달에 한 번씩 '느린 카페'로 변한다.
느린 카페에 들어서면 희끗희끗한 백발의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한 직원들은 주문서를 잊어버리고 잘못된 메뉴를 손님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주문한 물 한 잔을 받기 위해 15분을 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손님 누구도 이들에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치매 노인이 서빙을 맡는 날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카페 주인은 얼마 전 가게를 인수한 뒤 센가와 당국과 손을 잡고 지역 내 치매 노인을 꾸준히 연계 받고 있다.
해당 카페에서 '일일 서빙'을 맡은 모리타 토시오(85)씨는 "이곳이 즐겁다"며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16살 딸과 함께 카페를 찾은 손님 아리카와 토모미(48)씨는 서빙하는 치매 노인을 보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아버지는 올해 초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간 치매를 앓았다고 한다.
카페 운영을 돕는 이와타 유이 씨는 "많은 (치매) 노인이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중이 (치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면 이들이 외출하기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은 이미 1971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이후 1995년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06년 65살 인구가 20.2%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금은 인구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치매 환자 또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국민 60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7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치매 환자가 병원이나 집에 고립되지 않고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치매 카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치매 환자가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WP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또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치매 환자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93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치매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해 올해 약 100만 명, 2060년 346만 명, 2070년 338만 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