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채 상병 못 잡았어'…해병대 수색 사고 생존장병 어머니, 해병1사단장 고발

생존 장병, 첫 통화서 "내가 채 상병 못 잡았다"며 눈물
"사단장이 사과할 시점 지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주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모 상병과 당시 함께 사고를 당했던 생존 병사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고 채모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A 병장의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A 병장의 어머니는 채 상병 사망사고에 대해 "사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이건 살인 행위"라며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고 호소했다.

A 병장은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던 병장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당시 A 병장은 먼저 물에 빠진 다른 동료들을 구하려다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50m가량 떠내려가다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 병장은 사고 이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생존 병장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고 이후 첫 통화에서 "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다"고 말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A 병장의 어머니는 "지금 상황에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며 "형제 같은 채 상병을 잃은 아이들에게 해병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줬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고 이후 사단장이나 해병대 측의 사과나 방문은 전혀 없었고, 이제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는 구조된 장병들이 사고 직후 장시간 모래사장에 방치돼 있었고 이후에는 숙소로 복귀하자마자 진술서부터 작성하도록 지시받았으며, 다음날에도 간부들이 동석한 상태에서 채 상병 유가족을 만나 사고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생존 병장들을 위한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임 사단장이 A 병장 등 함께 사고를 당했던 병사들을 찾아온 적이 없으며, 생존 장병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료는 집체교육 형태의 교육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급류에 휩쓸렸던 모든 병사가 이 사건의 엄연한 피해자임에도, 해병대 1사단은 수사는 고사하고 이들을 피해자로 인식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이유에 대해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 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당초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넘겼다. 하지만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해 다시 경찰에 넘겼다.

이슈2팀 김준란 기자 loveways1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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