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국내 건설기술인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2030 신규기술인들의 유입이 점점 줄어들면서 인력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자리를 고령의 전관들이 꿰차면서 ‘봐주기’ 문화가 만연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하면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숙련된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술인 재직자를 연령대별(2022년 6월 기준)로 구분하면 30대와 40대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9%, 1.2% 감소해 주력 연령대 건설기술인의 산업 이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대와 50대 건설기술인의 비중은 61.5%였으나, 60대와 70대 이상 건설기술인의 같은 기간 증가율이 각각 13.2%, 20.9%로 매우 높아 건설기술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0대와 40대 고용 감소세도 여전하다. 건설기술인의 고용률은 20대(80.7%) → 50대(75.3%) → 60대(74.6%) → 30대(73.8%) → 40대(67.6%) →70대(64.2%) 순으로 20대를 제외하곤 주력 연령대인 30~40대의 고용률은 50~60대보다 낮다. 30대와 40대 건설기술인의 고용률도 각각 1.1%p, 0.1%p 증가했으나 오히려 취업자 수는 각각 1.9%,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력 연령대층의 고용 감소 추세가 뚜렷했다.
유동영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은 "청년 건설기술인의 공급부족은 중장기적으로 건설산업계에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30·40대 건설기술인의 건설산업 이탈과 건설기술인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감리 분야도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공사중단 기간이 3개월 이상 예상돼도 준공일까지 감리원을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다 보니 2030 청년층은 고용이 불안정한 감리회사보다는 시공사를 선호하고, 아예 건설 관련 분야가 아닌 다른 산업으로 눈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를 채우는 건 직장에서 은퇴하고 단기 일자리라도 찾는 퇴직자들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회사에 취직하고, 관련 업무와 현장 경험을 쌓아 숙련된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예 신규기술인 유입 자체가 막혀버린 셈이다. 실제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에는 신규 감리원을 구한다는 구인 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건설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감리 업무를 담당하려면 자격증이 있어도 경력 지수가 받쳐줘야 하고 설계 시공보다 감리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점수가 더 높아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라 젊은 층이 진입해 역량을 키우기 쉽지 않다"며 "또 급여, 고용 안정성을 이유로 젊은 층은 감리회사보다 시공사 취업을 더 선호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초급건설기술인의 공급이 부족하면 중장기적으로 건설업계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관계자는 "청년 건설기술인의 공급이 부족해 입찰(PQ) 및 현장(현장 배치 기준 인력)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다수의 건설사업관리(CM)·감리사업자들은 청년 초급건설기술인 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청년 건설인이 건설산업에 충분히 유입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