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는 25일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다는 소식이 언론에 전해지면서 친문(親文)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을 찾아 만찬을 갖는 자리를 내년 총선 전략 대책 회의처럼 보도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한 만남이라 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적 의미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기자는 기사를 써야지 소설을 쓰면 안 된다. 특히 기자가 바라는 희망이나 흘러가게 만들고픈 소설을 써서는 더욱 안 된다"며 "'평소 찾아뵙지 못했던 청와대 출신 의원 몇몇이 양산을 방문하자'고 했던 것인데, 기사는 '대통령이 소집한 것'으로 둔갑됐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조선일보는 문 전 대통령이 윤 의원을 통해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을 소집해 만찬을 갖고 수도권 민심 대책을 토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퇴임 후 대통령께서 의원들을 만나자고 한 것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며 '허위 기사'라고 지적했다. 또 "의원들 단톡방에서 '수도권 민심이 안 좋다, 원인이 무엇인지 공부해 보자는 것'이 친문 세력의 총선 전략 대책 논의로 둔갑(했다)"고 반박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역시 윤 의원 해명을 공유하며 "해당 기사는 정말이지 역대급이다"라며 "토론? 발제? 대통령 소집? 뭐 하나 맞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친명(親明)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엉뚱한 상상력 발휘해서 전직 대통령 끌어들이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라며 "'소집'을 해요? 해도 해도 너무하다. 당장 기사 내리고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과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회동은 정치권의 시선을 끄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단순한 만찬 자리'라 해명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 계파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친문 세몰이'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문 전 대통령께서 잊힌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거나 아니면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아니면 친문 세력들이 정치 세력화하는 것이다, 내년 공천을 위해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도 "그냥 전직 청와대 근무자들하고 밥 먹는 자리인데 정치적 의미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이라며 "더군다나 민주당이 지금 안팎으로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이니까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과거의 집권 세력, 친문 세력이 일종의 플랜B,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우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