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원래는 다리가 여기까지 와서 이만큼 길었다고."
지난 1일 오후 3시께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 이곳을 찾은 한 중년 남성은 외나무다리가 보이는 먼발치에서 다리와 모래사장을 번갈아 가리키며 동행한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함께 온 여성은 "그래? 다 부서져 버렸네"라며 아쉬워했다. 한참 다리를 바라보던 그들은 "막걸리나 먹으러 가자"며 발길을 돌렸다.
무섬마을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선비마을이다. 2013년 8월23일 지정돼 올해로 꼬박 10년을 맞았다. 조선 중기인 17세기 중반 형성된 유서 깊은 마을로, 경치가 수려하고 다양한 형태의 전통 가옥이 있어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 찾은 무섬마을 곳곳에는 수해의 흔적이 여전했다. 특히 무섬마을을 대표하는 상징인 외나무다리는 지난달 중순 영주를 비롯한 중부내륙 지역에 내린 폭우로 형태를 잃었다.
1일 오후 3시께 경북 영주시 무섬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망가져버린 외나무다리라도 체험하기 위해 다리로 향하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관광객들은 망가진 다리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주를 잠깐 들렀다는 관광객 박모씨(58·여)는 "직전에는 자연휴양림에 다녀왔는데 산사태 피해로 방문하지 못했다"며 "잠깐 들른 곳이긴 하지만 아쉽긴 하다"고 했다. 박씨는 끊어져 버린 다리라도 느껴보고자 다리 앞까지 다녀왔다. 박씨처럼 가족 혹은 친구들과 무섬마을을 찾은 관광객 여럿도 다리로 향했다.
중부내륙 지방이 수해를 입으면서 이곳 관광지는 휴가철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섬마을에서는 김욱 가옥, 김천한 가옥 등 고택에서 묵으며 전통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숙박업을 하는 오모씨(73·남)는 "휴가철이라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박집 운영자 이모씨(67·여)는 "무섬마을을 찾는 분들은 외나무다리 사진도 찍고 건너도 보러 오는데 그런 체험을 하지 못하니까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60대 김모씨도 "민박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 작년의 50% 수준으로 예약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지난달 중순 중부내륙 지역에 내린 폭우로 유실됐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관광업으로 수입을 벌고 있는 주민들은 빠른 복구를 염원했다. 김씨는 "매년 이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는데 복구를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일이 발생하면 바로바로 실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역시 "지자체에서 복구한다고 했지만 아직이다"며 "시에서 관광지로 홍보를 해놓고서는 뒤에는 별 관심이 없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영주시는 섣불리 복구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곧 태풍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복구를 해놔도 또 다리가 떠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강의 반 이상이 모래로 차버려서 물만 있는 공간에 다리를 놓는다면 이전 같은 멋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복구를 어떻게 할지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