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유럽연합(EU)이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우라늄 공급망이 위협받으면서 전력난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및 원유 수입 제재로 이미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는 상황에서 우라늄 공급난까지 장기화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니제르 쿠데타 이후 우라늄 수급난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전제 수입 우라늄의 20% 이상을 니제르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니제르가 EU 최대 우라늄 공급국가였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불안감이 퍼질 것을 우려해 당장의 수급 우려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프랑스는 발전소의 공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하나의 국가에 수입을 의존하지 않는다"며 "니제르 상황이 우라늄 공급 보안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영원전기업인 오라노(Orano)도 폴리티코에 보낸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니제르의 정정불안이 프랑스의 우라늄 수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추출이 중단될 경우라해도 기존 비축량은 약 2년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니제르의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니제르 사태가 장기화되면, EU의 우라늄 확보는 큰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EU가 추가 대러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단계별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니제르산 우라늄의 수입이 중단되면 당장 수급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U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에 대해서는 제재조치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러시아산 우라늄 및 원자력 발전 관련 품목은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우라늄 정제국가인 러시아의 우라늄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아직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제재는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싱크탱크인 자크들로르 연구소의 푹빈 응우옌 연구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니제르 상황이 악화한다면 단기적으로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제재 채택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