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텔레그램으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8)이 추가 기소된 성범죄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30일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일반 형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성 착취물 제작·유포 등의 혐의로 징역 4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주빈은 지난해 9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조주빈은 혐의를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항고에 재항고까지 거듭하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해 11월25일 제출했고, 검찰도 통상 공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조주빈은 왜 국민참여재판을 고집했을까.
우선 조주빈이 대외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다. 조주빈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주빈이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성범죄에 너그러운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시민을 무작위로 선정해 배심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해 유·무죄 및 양형을 결정한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조주빈의 범죄 혐의에는 국민적 공분이 일었기 때문에 배심원 역시 엄중한 평결을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의 경우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너그러운 평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판관의 양형에 배심원의 평결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의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지침에 관한 연구'(2022)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여러 편견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발현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08년~2020년까지 강력범죄(살인, 강도, 상해, 성폭력 등)의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무죄율을 비교해보면 성폭력 범죄는 21.88%에 달한다. 살인 1.68%, 강도 8.00%, 상해 6.24%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연구는 "성 고정 관념이 높을수록 성폭력 인지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성폭력 허용도는 높아지며, 강간 통념을 수용하고 있을수록 성폭력 사건을 덜 폭력적이고 남자의 책임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다"면서 "국민참여재판에서 성폭력 범죄 사건의 무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원인 중 하나는 배심원들의 성 고정관념 내지 강간 통념의 발현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