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서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그래서 텀블러로 일말의 ‘환경 양심’이라도 달래려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환경 에세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텀블러로 일회용품을 능가하는 친환경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 220번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질적인 방법보다 대중을 사로잡는 건 수많은 ‘예쁜 텀블러’다. 수많은 이가 친환경이라는 사술에 속은 척 ‘힙’해지려는 욕망에 굴복하며 텀블러를 또 구입한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뒤집어 오히려 텀블러 하나라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힙하고 우아한 삶’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종말론적인 구호나 무늬만 친환경적인 소비문화를 넘어 인간을 한껏 긍정하면서도 일상에서도 실천 가능한 환경 습관을 풍부한 철학적·역사적 맥락을 들어가며 소개한다.
실제로 배출가스와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비행기를 타도 상관없다. 우리의 식습관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에 비하면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니다. 독일인은 개인 소비를 통해 1인당 평균 7.7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세계 평균 4.8톤). 만약 가공식품(즉 간편식)과 육류 소비를 끊는다면 벌써 1톤 이상을 줄일 수 있다(이에 비해 국내 항공 여행을 하지 않을 때는 0.28톤을 감소시킬 뿐이다). 육류 소비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를 보여주는 간단한 계산이 있다. 즉 우리가 고기를 통해 섭취하는 1칼로리를 위해 가축은 10칼로리의 사료를 먹는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탄소발자국을 찍는 것은 소고기이며 돼지고기가 그 뒤를 따른다. 단연 기후 친화적인 것은 가금류이다. 독일인은 매일 평균 165그램의 육류를 먹는다. 저마다 3분의 1로 줄인다면 -즉 일요일과 축제일에만 고기를 굽는 전통으로 돌아갈 때- 매년 100킬로그램 넘게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50~51쪽>
아보카도: 만약 요하네스 마리오 짐멜Johannes Mario Simmel이 지금도 소설을 쓴다면 그의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은 《꼭 캐비어여야 할 필요는 없어》가 아니라 ‘꼭 아보카도여야 할 필요는 없어’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도 적극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물론 토스트 빵에 아보카도를 얹어 올리브유를 바른 다음 레몬즙을 뿌리고, 거기다 고수까지 얹으면 그 맛은 가히 일품이다. 하지만 지구를 구한답시고 시끄럽게 논쟁을 벌이면서 그 와중에 간식거리를 위해 남극의 거대한 얼음을 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보카도는 토스트에 오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만약 당신이 그 비행기에 오른다면 당신의 1년치 탄소 배출량의 2배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아보카도가 자라는 거대한 단종 재배 농지는 주변 지역의 식수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관개시설이 필요하다. 아보카도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만 약 2,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유럽의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고자 불법으로 숲의 나무를 베어낸다. 한마디로 아보카도 과카몰레 요리에 캐비어에 맞먹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아주 가끔씩, 적절하게 품위 있는 자리에서만 그 슈퍼푸드를 음미해야 한다. <260~261쪽>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 이상희 옮김 | 추수밭 | 280쪽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