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미국 연방 정부의 현금이 바닥나는 이른바 ‘엑스데이(X-day)’가 임박하면서 국제사회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13일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각국 재무 수장들의 미국 부채 한도 협상 관련 집중 성토가 이어졌다. 법정 한도에 도달한 부채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잔고가 소진돼 지급 의무 이행이 불가능한 시점에 마주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긴축으로 씨름 중인 세계 경제에 부채 한도 협상 난항에 따른 디폴트 가능성까지 더해졌다"며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각국 정상들이 부채 한도 협상 교착 상황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인 가운데 미 상·하원도 메모리얼 데이 전후로 휴회해 오늘 16일 회동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디폴트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1∼13일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부채 한도 협상 전망이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 이외에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디폴트 위기론에 가장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미국 정부의 디폴트)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디폴트 시 24조달러(약 3경2100조원)에 달하는 미 국채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자산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 국채가 채권 보유자에게 제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경우 세계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가 갑자기 위험자산으로 여겨져 대규모 매도세가 나올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미 국채에 대한 시장 투자자들의 선호를 영구적으로 꺾을 수도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디폴트 위기에 대해 "세계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세계 경제의 최대 엔진 중 하나인 미국이 협상 결렬로 국내총생산(GDP)이 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이는 분명 재앙적(absolutely devastating)일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우리는 최근 특히 미국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 재정의 발전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성숙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의 중심에는 협상 결렬이 글로벌 시장이 미치는 충격파가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미 의회는 총 78회가량 부채 한도를 조정했다. 이 중 2011년에는 협상 지연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하향했고, 그 후폭풍으로 미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회복되기까지 6~7개월이 소요됐다.
초청국으로 참석한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몇 년마다 반복되는 부채한도 관련 불확실성으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국에 가서는 해결되는 반복적인 게임에 불과한지 아니면 매번 반복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할지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이는 미국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랴이 장관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부채 한도 등 미국발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동남아시아 역내 국가와의 교역 시 달러 대신 자국 통화인 루피아 사용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