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내주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며, 당초 예고한 시점(22일)보다 이른 15일께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지난 3월 MS가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 라이선스 계약을 경쟁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EU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영국 경쟁 당국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MS-블리자드 인수 거래를 승인 거부한 지 2주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달 26일 두 회사 간 합병이 빠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소비자 선택의 여지를 줄이고 혁신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합병 승인을 거부했다.
영국과 EU 등은 MS가 블록버스터급 블리자드 게임을 자사 게임 구독형 서비스 '게임패스'에 독점 출시하고, 타 게임사의 입점을 막는 방식으로 시장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MS는 엔비디아, 부스터로이드, 유비투스 등 경쟁업체들과 10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이들의 게임 플랫폼에 자사 인기게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앞서 지난해 1월 MS는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90조8000억원)에 인수하며 세계 정보통신(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게임시장에서 후발주자인 MS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활발한 인수합병 전략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게임 공룡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중국 텐센트와 일본 소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게임사로 우뚝 섰다. 이에 시장에서는 MS가 PC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경쟁업체와의 공정 경쟁 질서를 헤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EU의 최종 인수 승인을 받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영국과 미국 당국의 규제 기조는 더 강경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두 회사의 합병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심리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 이번 EU 승인이 경쟁사 인수합병을 통한 독과점 체제 구축에 대한 미국의 규제 시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