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美, 한국보다 먼저 권도형 인도 청구'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구금 중인 몬테네그로 당국이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이날 수도 포드고리차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한미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먼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코바치 장관은 확인했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전했다.

우리 정부도 권 대표를 국내 송환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서둘렀지만, 몬테네그로에 대사관을 둔 미국이 한발 앞섰다. 한국과의 송환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선 범죄의 중요성,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권 대표가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코바치 장관도 "현 단계에서 어느 쪽이 우선권이 있는지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지 않았지만 형사 소송을 진행중인 싱가포르도 언급했다.

권 대표는 지난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하루 뒤인 24일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 대표와 측근 한모 씨가 싱가포르에 거주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위험이 있고 신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했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다시 인접국인 몬테네그로를 통해 두바이로 가려다가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