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최대 정유업체 엑손모빌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의 수혜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순이익 면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이은 규모로, 화이자 등 대형 제약업체는 물론이고 금융·IT 대표기업들도 앞섰다.
31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은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557억달러(약 68조85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에너지 수요 급감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22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2년 만에 이러한 손실을 모두 상쇄했다.
4분기에만 128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89억달러) 대비 44% 급증한 것이다. 다만 주당순이익은 3.09달러로 월가 예상치(3.28달러)를 하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모빌이 지난해 올린 기록적 수익은 화이자 등 대형 제약업체는 물론이고 금융이나 일부 빅테크를 앞지르는 큰 규모다.
지금껏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엑손모빌보다 수익이 많은 미국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불과하다. 보유현금도 지난해 말 기준 768억달러로 애플과 MS에 이어 미 기업 중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엑손모빌의 적자 기록은 창사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실적 쇼크에 주가가 55% 가까이 하락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0개 우량기업의 성적을 합산하는 다우지수에서 한 세기 만에 퇴출당하는 오명을 안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냉전 구도 속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사상 최대 호황에 지난해 엑손모빌의 주가는 80%가량 급등했다.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지난해 S&P500 지수는 9% 하락했지만, 에너지 분야는 오히려 37%나 상승했다.
기록적인 수익의 배경에 대해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침체기에도 화석연료에 꾸준하게 투자한 것"이라며 "다른 회사들이 투자를 기피할 때 우리는 투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의 경쟁업체인 셰브런은 최근 365억달러의 연간 순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은 석유공룡들의 이 같은 역사적인 실적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정치권의 날카로운 비판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엑손모빌에 대해 "신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다"며 에너지 업계의 이익이 소비자에게 환원돼야 한다며 횡재세(초과이윤세)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같은 횡재세 논란 대해 엑손모빌의 캐서린 미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수요 증가에 맞추기 위해 신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