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시장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5위권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이륜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2019년 이후 불과 3년 사이에 전기 이륜차 보유대수가 20배 이상 급증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들은 좁은 도로와 대도시에 밀집한 인구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대부분 가정에서 자동차보다 이륜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향후 전기 이륜차 시장이 아시아 남부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간) 오토카인디아 등 인도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전기이륜차 등록대수는 61만5365대로 전년대비 305%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인 2019년 2만8280대 대비로는 20배 이상 급증했다. 팬데믹에 의한 봉쇄조치 여파에도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이에비해 전체 전기차 등록대수 중 이륜차를 제외한 전기차의 등록대수는 38만대에 그쳐 전기 이륜차에 비해 판매량이 부진했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중국의 전기차 보유대수가 784만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이는 좁은 도로와 잦은 교통체증에 따라 인도 현지에서 이륜차 수요가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의 1인당 이륜차 보유 비율은 48%로 가정마다 1대씩은 오토바이 등 이륜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기업인 베인앤컴퍼니는 인도에서 2030년까지 전기이륜차의 판매는 연간 약 1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전체 시장의 40~45%를 전기이륜차가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일반 전기차의 판매는 연간 1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베인앤컴퍼니는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소가 크게 늘어나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까지 인도 전역의 충전소는 2500개 수준으로 여전히 많은 전기 이륜차 소유주들이 충전소 사이가 너무 멀어 '주행거리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인도에서는 최대 전력기업인 타타파워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인도 전역에 2만5000여개의 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인도 뿐만 아니라 일반 차량보다 이륜차 보유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향후 전기 이륜차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인당 이륜차 보유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태국으로 87%에 달한다. 베트남(86%), 인도네시아(85%), 말레이시아(83%) 등도 80%가 넘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1대 이상 이륜차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그룹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자동차 산업 분석가인 아루시 코테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외 인도와 동남아시아 같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계처분가능소득(PDI)이 낮아 자동차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식량과 연료의 인플레이션이 높은 요즘 같은 시기엔 휘발유 차량을 유지하는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훨씬 더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계 전기 이륜차 수요가 계속 확대된다면,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수요는 앞으로 3~4배 정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