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정부로부터 5G 28㎓ 주파수 대역 할당취소 통보를 받은 KT와 LG유플러스가 현재 진행 중인 28㎓ 관련 사업을 3.5㎓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파수 이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 3사 합산 기준 6000억원 이상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들은 저조한 수익성에 내심 정부의 결정을 반기는 듯한 모양새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김영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현재 28㎓ 주파수 할당 취소에 따른 영향에 대해 "3.5㎓로 대체해 관련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주파수 이용기간 단축 제재에 그친 SK텔레콤 역시 내년 5월까지 1만5000대 장비를 구축하지 않으면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
현재 28㎓를 활용하는 사업은 공동망을 구축 중인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과 일부 일반 사업이다. 지하철 와이파이의 경우 3사가 공동 구축 중으로 모두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11월 말 기준 준공이 완료된 지하철용 기지국 수는 3사 합산 1526대로 실제로는 3분의 1인 500대가량이다. 실증사업 등 일반 사업용 기지국 수는 SKT가 124대, KT가 111대, LG유플러스가 342대 수준이다. 통신 3사는 2021년부터 서울 코엑스, 수원 위즈파크, 부여 정림사지 등 전국 10개 장소에서 28㎓ 주파수를 활용한 실증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대다수가 종료됐으며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사업 명맥을 유지해왔다.
기술적으로 28㎓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던 사업에 3.5㎓를 활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를 쓰는 기지국을 3.5㎓를 쓰는 기지국으로 바꾸면 된다"며 "달라진 주파수에 맞게 최적화 작업을 진행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G 28㎓가 유선 광케이블 역할을 하는 5G 28㎓ 백홀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에서도 백홀 망을 3.5㎓로 대체하면 된다. 다만 정부가 지하철 와이파이와 관련해선 "할당 취소 가능성이 높은 2개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민과 한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만큼, 예외적으로 28㎓ 주파수가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신사가 주파수 할당 취소에도 큰 아쉬움을 보이지 않는 데는 투자 유인이 많지 않다는 점이 주효하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대중적으로 쓰이는 3.5㎓ 대역과 달리 28㎓는 기업소비자간(B2C) 사업용 수요가 부족한 데다, 해외와 달리 고정형 무선통신(FWA)용 등 기업 간 거래(B2B)서비스용 수요도 많지 않다.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 거리가 짧은 28㎓ 특성상 빠른 속도가 장점이지만 촘촘한 기지국 투자를 요구한다. 수요 측면에선 콘텐츠가 부재하고 지원 단말도 전무해 수익성을 내기 힘들다. KT와 LG유플러스가 반납한 주파수 대역 중 하나를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하겠다는 정부 측 방침과 달리 신규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작게 점쳐지는 이유기도 하다.
통신사들의 28㎓ 주파수 반납을 업계 탓으로만 돌리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통신사들이 망에 먼저 투자해 콘텐츠 서비스가 나오길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수요처 발굴에 실패한 상황에서 마땅히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사업자들과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려는 모습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2개 사업자에 대한 청문절차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 처분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28㎓ 신규사업자 진입 촉진 기본방향도 내놓는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주파수 할당 방식과 상호접속, 설비제공 등 신규사업자의 망 구축과 사업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