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수익률이 크게 줄어든 데다 공급과잉·경기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특히 수천만원씩 ‘마이너스피’까지 부담한 급매 물건마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매물이 쌓이는 추세다.
9일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서울 성수동 ‘서울숲포휴’ 계약면적 185.8㎡는 지난달 4일 19억원에 거래됐다. 3.3㎡당 3380만원 꼴로 올 들어 세 번째 신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2016년 입주 당시 3.3㎡당 시세가 1000만원이 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6년 새 3배가 훌쩍 넘게 가격이 오른 셈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지식산업 등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건축물을 의미한다. 1990년대부터 서울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성수동 등에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형 공장’이 전신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2019년부터 몸값이 훌쩍 뛰기 시작했다. 지산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다보니 보유세나 양도세 등 각종 과세에서도 제외 대상이다. 특히 산업단지에서 분양받은 지식산업센터가 아니라면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고 대출도 분양가 대비 최대 80%까지 가능해 자금조달도 용이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지조건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는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센터에 들어서는 D지식산업센터의 저층 매물을 아예 3000만원 ‘마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서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급급매 게시물도 올라와있다. 경기 부천시 옥길동에 위치한 G지식산업센터 중층 매물을 6800만원 마피에 급매한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고양, 김포 등 경기 외곽 지역에 소재한 지산 분양권 매물이 마피에 올라오는 사례도 발견됐다.
거래절벽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경매로 나온 매물도 늘었다.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 개별 호실은 총 307건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 중 서울은 총 53건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경기도 역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27건, 121건으로 이전보다 매물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하락세는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호황기에 지식산업센터 준공 승인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기권에 물량이 쏟아지는 분위기”라며 “반면 서울은 성수·문정·구로 등 지산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없어 희소성이 높다보니 지역별 양극화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 여파를 직격탄으로 받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자금조달에서 대출 의존도가 워낙 높은데다, 호황기에 높은 분양가를 주고 매입한 물건일수록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해 시장상황이 급변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승현 대표는 “지식산업센터에 상주하는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가 많아 침체기가 길어질수록 임대수요가 줄어 공실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기업의 본사나 핵심 사업체들이 몰리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들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