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떠나자마자 비판 노골화
감세 법안에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대규모 감세 법안이 결국 미 하원을 통과하면서 미국의 재정적자를 키울 것이란 우려와 함께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백악관을 떠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다"며 비난전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머스크 CEO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을 맹비난했다. 머스크 CEO는 "미안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 예산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예산안에 표를 던진 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은 스스로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법안을 통과시킨 하원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는 "그것은 이미 거대한 규모인 재정 적자를 2조5000억달러로 급증시킬 것이며 미국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 분 뒤에는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추이를 기록한 다른 게시물을 공유하며 "의회는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원에서 해당 감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머스크 CEO의 게시물에 "그가 맞다"고 답글을 올렸고 머스크 CEO는 이를 다시 공유하며 "간단한 수학"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백악관은 머스크 CEO의 이런 비판에 별일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머스크 CEO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대통령은 머스크 CEO가 이 법안에 어떤 입장인지 이미 안다"며 "그것은 대통령의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최소 1억3200만달러(약 1830억원)를 쓰며 당선 일등 공신이 된 머스크 CEO는 이후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돼 연방 정부 구조조정과 예산·지출 삭감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특별공무원' 신분으로 130일간의 활동을 끝내고 지난달 말 임기가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고별식을 열고 머스크 CEO에게 '황금 열쇠'를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DOGE 임기 종료를 알리기 전날 밤 공개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거론하며 "재정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게 되어 실망했다"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머스크 CEO가 비판한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고 명명한 감세 법안이다. 지난달 22일 미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에는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및 메디케이드, 식품 보조, 교육,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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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은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 일부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의 국가 부채는 향후 10년간 약 3조3000억달러(약 455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법안을 7월4일까지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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