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올해 3분기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반도체 기업은 대만 기업 TSMC 이다. 오랫동안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8% 증가한 6131억4000만 대만달러(약 27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SMC의 시작은 1987년이다. 반도체 업계 최초로 순수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출발했다. TSMC 이름을 내걸고 반도체 제품을 설계, 제조, 판매하지 않기로 선택함으로써 회사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사는 애플, 인텔, 퀄컴 등을 포함해 535개사가 넘고, 직원수도 6만5000명이 넘는다.
TSMC는 지금도 주요 고객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와 IDM(종합반도체기업)에 가장 앞서고 규모가 큰 파운드리 기술·서비스 제공 업체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파운드리 한우물만 파는 대신 기술력과 제조 규모 측면에서 선두에 서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커왔고, 그 결과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갖는 시장점유율은 절반이 넘는다.
TSMC는 최근 변화하는 반도체 수요 트렌드에 맞춰 선단 미세공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부가가치인 5·7나노(nm·1나노=10억분의 1m) 제품의 비중이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5나노의 비중이 지난해 3분기 18%, 올해 2분기 21%, 3분기 28%로 빠르게 높아졌다. 연말 3나노 양산을 시작하는데 이어 1.4나노 공정 개발도 착수한 상태여서 미세공정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분야별 매출 비중도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이동 중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스마트폰 41% ▲고성능컴퓨팅(HPC) 39% ▲사물인터넷(IoT) 10% ▲자동차 5% ▲생활가전 2% 순으로 업황 둔화에 덜 민감하게 움직이는 HPC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50.6%로 50%를 넘고, 순이익률이 45.8%로 1년 전 37.7% 보다 8%포인트 가량 높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TSMC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TSMC의 주요 고객사는 미국의 첨단 IT 기업들로 사실상 TSMC가 중국 손에 들어가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곳은 미국이다. 최근 장중머우 TSMC 창업자는 중국과 대만 간 전쟁이 발생하면 TSMC는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만을 지키려는 이유에 TSMC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반도체업계가 급격하게 줄어든 반도체 수요에 한겨울을 지나고 있지만 TSMC의 올해 4분기 전망도 밝다. TSMC는 4분기 매출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더 많고, 총이익률은 59.5~61.5%, 영업이익률은 49~51% 수준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