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카카오가 한국 패션·뷰티 상품으로 북미와 일본을 공략한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글로벌로 무대를 넓힌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 위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던 카카오가 커머스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스타일은 오는 9월 지그재그 글로벌 서비스를 출시한다. 지난 7월부터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고 현재 글로벌 판매 입점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입점업체가 지그재그에 상품 정보를 등록하면 자동 번역 기능을 이용해 영어, 일본어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이후 해외에서 들어온 주문의 경우 국내 물류센터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카카오는 배송, 고객서비스(CS), 마케팅 등을 모두 지원한다. 카카오는 당분간 입점업체들에게 별도의 해외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우선 시장을 확대한 뒤 향후 수수료 등 운영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첫 타깃은 미국, 캐나다, 일본이다. 북미와 일본은 역직구 수출액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K패션과 K뷰티 상품 판매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 수출액 규모는 8억6000만달러(약 1조 1000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화장품 역직구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일본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온라인 몰이 발달한 이들 국가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일본은 2019년부터 나우나우라는 앱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한 경험이 있다"며 "북미에서도 K패션, K뷰티 등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4월 커머스 강화를 위해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이후 카카오 스타일 사업 부문과 합병해 카카오스타일을 출범했다. 구체적인 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000억원을 투자해 사업 확대를 지원했다. 지그재그는 올해 4월부터 뷰티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가구, 조명 등 인테리어 상품과 디지털 가전을 판매하는 라이프관을 정식 론칭하며 패션에서 뷰티, 생활잡화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한편 브랜드 마케팅에도 힘을 줬다. 지난 22일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개편해 개인별 상품 추천을 넘어 스타일 발견을 돕는 서비스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카카오는 커머스 사업을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웹툰, 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 부문이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면 커머스 등으로 보폭을 넓히는 것이다. 카카오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액은 761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지난 2분기 콘텐츠 거래액의 80%가 해외에서 나오는 등 콘텐츠 중심으로 성과를 냈다.
2024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커머스는 K콘텐츠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성장성이 돋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외 매출 대부분은 콘텐츠에서 나오고 있다"며 "커머스는 아직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성장성이 기대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