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분양·10번째 청약’ 노력에도… 미분양 쌓이는 ‘줍줍’ 시장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묻지마 청약’이 이어지던 서울 청약시장의 열기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거나 10차례가 넘는 무순위청약(줍줍)을 진행했음에도 미분양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 속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우려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입지와 분양가를 고려하는 ‘선별적 청약’ 추세가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82가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74가구가 미달됐다. 당시 1.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고작 8가구만 계약이 된 셈이다. 미달이 발생한 3개 면적대는 모두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0㎡·84㎡형이다.

이 단지는 지난 3월 328가구 일반공급에 나섰지만 이 중 139가구가 미계약됐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전용면적) 면적 분양가가 10억8000만~11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여기에 발코니를 확장하거나 시스템에어컨 설치 등 유상옵션이 추가되면 최대 12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분양가가 9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은행 중도금 대출도 어려워진 것도 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 이후 미계약이나 부적격 등의 이유로 발생한 잔여 가구 물량에 대해 새롭게 분양 신청을 받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 보유, 무주택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에 해당 지역권에 거주 중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서울 강북·관악서도 일부 단지 미달… ‘옥석가리기’ 시작

서울 일대 다른 지역에서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분양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는 43가구 중 27가구가 미분양됐다. 이후 10차례나 무순위청약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4가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청약접수를 시작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16가구 중 약 91%인 198가구가 미분양됐다. 이후 3차례 무순위청약 접수를 받았지만 미달 사태가 이어지자 분양가를 15% 할인하기로 결정했다. 59㎡ 기준 당초 분양가는 8억6120만원~8억7910만원이었지만 할인 후 6억8000만원~7억8500만원으로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할인 분양가로 진행된 4번째 무순위청약에서도 10개 타입 중 8개가 미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분양 관계자는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우려로 가격 전망이 안좋다보니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분위기”라며 “일단 청약을 넣고보자는 2030 세대들이 막상 당첨되고나니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전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