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여사는 이날 KTX 열차를 타고 진영역에서 내려 미니버스로 환승해 오후 2시30분께 권 여사가 머무는 사저 입구에 도착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차림을 한 김 여사가 봉하마을에 도착하자 주민 등 환영인파 150여명이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로 환대했다. 이에 김 여사도 두,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노 전 대통령의 묘역으로 향했다.
권 여사 측에서 조호연 비서실장과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가 나와 김 여사를 안내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묻힌 너럭바위 주변 지지자들의 메시지가 새겨진 박석에 관해 묻거나 주변 지리에 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후 권 여사가 사저 현관까지 나와 웃으며 김 여사를 맞았고, 오후 3시부터 1시간30분 가량 권 여사와 김 여사의 비공개 환담이 진행됐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와 권 여사의 환담 일부를 공개했다. 김 여사는 환담에서 윤 대통령이 좌천 인사로 힘들었던 시절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 흘린 기억을 먼저 언급했다. 배우 송강호 주연의 이 영화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노 전 대통령의 일화를 다뤘다.
이에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몸이 불편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윤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 여사는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면서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권 여사님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며 빵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지역 특산물인 '김해 장군차(茶)'를 대접했고, 노 전 대통령 어록집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4권을 답례로 선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김 여사가 봉하마을 가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공개활동 신호탄인가'라는 질문에 "자꾸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합니까"라며 "작년부터 한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뭐 시간이 안 맞고 그래서 가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언론 공지에서 "김 여사는 작년부터 기회가 되면 권 여사를 만나 뵙고 많은 말씀을 듣고 싶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는 이날 환담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30분간 둘러봤다. 이후 김 여사는 노무현재단 기념품 가게에서 티셔츠와 우산, 에코백을 구입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