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초대형 M&A' 주목

18일까지 네덜란드·독일 등 방문
첫 행선지 ASML…EUV 장비 수급 직접 챙길 듯
대규모 M&A 주목…NXP·인피니온 등 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년 만에 해외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처음으로 유럽 출장길에 올랐는데 '현지사업 점검'과 '미래먹거리 발굴' 등이 주된 목적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인수합병(M&A)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18일까지 네덜란드와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른바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9주년 되는 날인 지난 7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출국 전 '출장 기간 중 접촉하는 인물', '기대되는 M&A 성과' 등을 묻는 질문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짧게 답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일침으로 잠자던 삼성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린 기념비적인 날에 유럽으로 떠난 이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행선지는 네덜런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 입장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EUV 장비 확보가 필수 과제다. 문제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ASML의 출하량은 51대에 불과하다. 이 중 삼성은 18대, TSMC는 22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특히 미국과 일본 등도 파운드리 투자 본격화에 나서고 있어 EUV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은 날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초강대국' 목표 달성을 외친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ASML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는 돈이 있다고 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EUV 장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이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을 계기로 삼성의 대규모 M&A가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M&A 추진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네덜란드에는 그간 삼성의 유력 M&A 후보로 꼽혔던 반도체 기업 NXP가 있다. 독일에도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이 있다. 그 외 영국에 있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을 찾아 M&A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M&A가 이뤄진다면 삼성은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다만 주요 경쟁당국의 인허가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반도체 분야에서 M&A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재계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을 통해 '신경영 선언'과 같은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29년 전 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이 자만에 빠져 창조적인 도전을 하지 않고 있다"는 '후쿠다 보고서'를 읽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한 것 처럼 이 부회장도 이에 준하는 대대적 혁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 반도체 연구원은 이 부회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매너리즘과 타성에 젖은 조직에 '위기의식'이 느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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