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희소성 있거나 인기 있는 제품을 구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리셀테크(리셀+재테크)'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리셀 품목은 명품, 운동화 등으로 국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희귀식물, 레고 등으로 품목이 다양해졌다. 리셀테크는 취미활동과 재테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흥미를 끄는 것으로 분석됐다.
리셀테크는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안정적이고, 전문 지식 없이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어 청년들을 중심으로 주목받아 왔다.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은 운동화다. '재테크'와 신발을 뜻하는 '슈즈'의 합성어인 '슈테크'는 한정판 등 희소성이 큰 신발을 사서 웃돈을 붙여 파는 행위를 뜻한다. 발매가 10만∼20만원대 운동화를 구매한 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의 차익을 내는 방식이다.
특히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 한정 판매하는 운동화는 대부분 추첨제 방식으로 시장에 풀린다. 20만원 안팎의 여윳돈만 있으면 추첨에 응모할 수 있고, 당첨만 된다면 정가보다 2~3배는 거뜬히 넘는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희귀 식물을 키워서 판매하는 '식물 재테크'(식테크) 또한 주목받고 있다. 중고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식물은 '몬스테라 알보'다. 몬스테라의 한 종류로, 잎에 하얀색 무늬가 들어간 게 특징이다. '알보몬'으로도 불리는 이 식물은 잎에 섞인 흰색 빛깔이 선명하거나 무늬가 독특할수록 값이 올라간다. 잎은 상태에 따라 한 장에 50만~150만원에 팔린다. 잎을 구매한 이들은 물꽂이(줄기를 물에 담그는 것)를 한 후 뿌리가 충분히 자라면 흙에 다시 심는다. 이후 새순이 나고 자라면 잎을 한 장씩 잘라 되파는 식이다.
레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레테크(레고+재테크)'도 있다. 레테크는 유망 투자 수단으로 꼽히는데, 일반 매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을 소유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어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5년간 주식과 금, 레고의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레고를 활용한 레테크(12%)가 유일하게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주식은 4% 오르는 데 그쳤고, 금(9.6%)은 10%에 조금 못 미쳤다.
청년층이 리셀 시장에 대거 몰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취미활동과 재테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데다 사실상 손실을 볼 위험성이 적다는 점도 청년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여러 이벤트에 응모해봤다는 직장인 임모씨(27)는 "이벤트가 올라오면 매번 응모하는데 아직 당첨된 적이 없다. 경쟁률이 몇백대 1이다. 당첨만 되면 무조건 이득이니까 계속 참여하는 것"이라며 "당첨될 때까지 응모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리셀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러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그중 하나가 리셀"이라며 "과거에는 명품 등을 리셀했지만, 현재는 품목이 다양해졌다. 항공권, 여행권, 공연티켓 등을 구매해 재판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리셀의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리셀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