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코로나 3년차'에 접어들면서 면세업계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딜레마'에 빠졌다. 따이궁 의존도가 90% 수준인 상황에서 업체별 송객 수수료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고, 해외 명품 업체들은 이 따이궁 의존도를 문제 삼아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는 다시 면세점의 가격 협상력 약화와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1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50% 내외였던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의 따이궁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90% 수준으로 뛰었다.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일반 내·외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것이 원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약 16조4554억원)에서 외국인 매출(약 15조708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5.45%에 달했다. 업계는 이 중 90% 이상이 따이궁 매출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42억원으로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 대비 37.63%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18조원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이궁 유치를 위한 송객 수수료는 2.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이 이들에게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약 18조원)의 12.78%가 송객 수수료로 지출된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하늘 길이 막힌 상황에서 따이궁 매출이라도 올려야 사업 영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 구조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예고한 대로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롯데면세점 제주점 루이뷔통이 영업을 중단했고, 올해 중 나머지 시내 면세점에서의 철수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롤렉스 역시 서울, 제주, 인천공항 매장 3곳 외 국내 면세 매장을 정리했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디올, 셀린느 등 루이뷔통이 속한 LVMH그룹의 타 브랜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명품 매장은 면세점의 위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 타 브랜드 유치 및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명품 브랜드의 이탈은 국내 면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상황이 돼도 따이궁 비중을 한 번에 낮추기는 사실상 힘들어 사면초가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국인 면세한도 상향 등을 통해 면세업계가 건강한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