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낙엽을 이용한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슈퍼캐퍼시터)를 개발했다.
카이스트(KAIST)는 김영진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실 윤하나 박사 연구팀과 함께 극초단 펨토초 레이저 직접 묘화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낙엽 상 그래핀-무기-하이브리드 마이크로 슈퍼캐퍼시터 제작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슈퍼캐퍼시터란 유기 전해질에 다공성 전극 및 이온이 용해된 구조로, 일반 배터리(축전지) 구조와 비슷한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장치다. 축전이나 방전때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얇고 휘어지도록 제작이 가능해 전자 시계나 센서, 웨어러블 기기 등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고용량 저장은 힘들어 전기차 등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전자 장치의 발전은 유연한 에너지 저장장치의 혁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다양한 에너지 저장장치 중 마이크로 슈퍼캐퍼시터의 경우 높은 전력 밀도, 긴 수명 및 짧은 충전 시간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증대되는 전자 전기 제품의 소비 및 사용, IT 모바일 기기의 첨단화에 따른 짧은 교체 주기에 따라 폐전지의 발생량이 증대하고 있다. 이는 폐전지의 수거, 재활용 및 처리 과정에 있어, 안정성 및 환경적인 이슈 등의 많은 어려움을 유발한다.
산림은 전 세계 육지의 30% 가량을 덮고 있으며, 산림에서는 엄청난 양의 낙엽이 배출된다. 이러한 바이오매스는 자연적으로 풍부하고, 생분해성이며 재생 가능한 매력적인 친환경 재료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화재 위험, 식수원 오염 등 산림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방법으로 친환경의 생분해성 바이오매스인 낙엽 위에 추가 재료 없이 펨토초 레이저 펄스를 조사해, 대기 중에서 특별한 처리 없이 단일 단계로 높은 전기 전도성을 지닌 미세 전극인 3D 다공성 그래핀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유연한 마이크로 슈퍼캐퍼시터를 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낙엽으로부터 쉽고 저렴하며 빠르게 다공성 그래핀-무기결정 하이브리드 전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이를 통해 제작된 그래핀 마이크로 슈퍼캐퍼시터를 LED 발광을 위한 전원 공급 및 온, 습도계 타이머·카운터 기능의 전자시계 전원 공급을 테스트함으로써 성능을 검증했다. 이는 저가의 녹색 그래핀 기반 유연한 전자 제품의 대량 생산을 위한 길을 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영진 KAIST 교수는 "현재 감당이 어려운 산림 바이오매스인 낙엽을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소자로 재사용함으로써, 폐자원의 재사용 및 에너지 선순환 시스템 확립을 가능하게 한다"라며 "친환경 산업의 기술 혁신 및 고부가가치 신재생에너지 및 이차전지 사업으로써의 신시장 창출뿐 아니라 국가의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웨어러블 전자 제품 및 스마트 홈이나 사물 인터넷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낙엽 외에도 나무 가루 등을 2차전지 음극재 소자로 사용하는 등 산림 부산물을 이용해 에너지 저장 장치의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상용화에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해 12월5일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