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품은 CJ ENM…물적분할의 악몽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사를 인수한 CJ ENM의 기업가치가 최근 뒷걸음치고 있다. 1조원대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물적분할 학습 효과’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CJ ENM은 25일 장 초반 4% 넘게 하락하며 15만원대 초반으로 밀렸다. 이 회사는 지난 22일부터 나흘 연속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속 하락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9일 종가는 18만400원이었다.

CJ ENM은 지난 19일 미국 제작사 ‘엔데버콘텐트’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80% 인수하는 것과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통한 신설법인을 추진하겠다고 각각 공시했다. 신설법인은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사업의 주요 제작을 맡는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선 CJ그룹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스튜디오타이거(가칭)’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모습이다. 물적 분할은 기업의 자산·부채 등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핵심 사업의 분리로 모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악재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발표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앞서 CJ ENM은 2016년 드라마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 뒤 2017년 11월 상장시켰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할 후 CJ ENM의 성장 전략이 없다. 최소한 이 모두를 아우르는 커머스 전략이라도 동반돼야 하는데 모든 성장 전략을 분할하겠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며 이날 목표주가를 23만5000원으로 6% 낮췄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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