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살해한 '조현병' 30대, 항소심서도 무죄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조현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심신장애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31)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5시께 경기 고양 주거지에서 어머니를 둔기 등으로 마구 때려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범행 전인 2012년 2월께 알 수 없는 이유로 직장 동료를 폭행하고 자해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0월15일께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나 직장 동료를 폭행하는 등 소란을 피워 다시 한번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했지만, 일시적 섬망증상 외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돌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새벽에는 주거지에서 이상 행동을 보여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고, 정신질환 관련 약도 처방받았다.

집에 돌아와 약을 복용한 후 잠을 자다 깨어나 어머니가 차려 준 밥을 먹고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던 A씨는, 아버지가 직장에 출근한 사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모친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후 아버지가 돌아오자 그를 공격하려 했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땐 어머니와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행동을 보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시인한다', '다 알고 있느니라, 스마트폰에 다 있느니라' 등의 말을 하며 이상 행동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였다'는 법무부 치료감호소 의사의 정신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10조 1항)에 따른 판결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사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뤄졌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사정들에 비춰봐도 A씨가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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