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머리', '오만방자' 막말 쏟아지는 野, 정책 검증은 언제?

"정신머리", "줘패버릴 수도 없고"…후보들 간 막말 설전 격화
아슬아슬한 신경전에 정책 검증은 '실종'

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본경선에 돌입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막말 설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전한 정책 토론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13일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자신을 겨냥한 당내 경선주자들의 공세를 두고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이 따로 없고 야당이 따로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검찰총장 재임시절) 비리가 드러나면 수사를 하고, 수사해서 진상이 드러나면 드러난 대로 처리하고, 그런 상식적인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하나를 죽이려고 탈탈 털었다"라며 "우리 당 선배들이 제가 정치를 하기 전에는 '제대로 법을 집행하려다가 핍박받는 훌륭한 검사'라고 하더니 제가 정치에 발을 들이니 핍박이 갑자기 의혹으로 바뀌더라"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달밖에 안 된 사람이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한다? 나는 이 당을 26년간 사랑하고 지켜온 사람"이라며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힐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이날 "뭐가 두려워서 등 뒤에서 칼을 꽂나.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시절 버릇인가"라며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라고 직격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검증을 하다 보면 후보 개인은 매우 불편하거나 힘들 수도 있다"며 "('정신머리' 발언은) 분명한 실언이고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야당 후보들 간 신경전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검증, 비전 대결이 막말에 묻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A씨(24)는 "경선 과정에서 말이 많았던 민주당이 갈등을 일단락했으니,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계속 막말 논란이 생겨나면 분명 (두 당 간) 비교가 될 텐데"라며 "'정권교체냐, 재창출이냐'가 걸린 중요한 선거인데 야당에선 말싸움만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 시작 전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의 막말 논란은 이달 초에도 벌어졌다. 지난 3일 홍 의원이 부산지역 당원간담회에서 하태경 의원을 언급하며 "저놈은 그 때 우리 당 쪼개고 나가가지고 우리당 해체하라고 지X하던 놈", "줘팰 수도 없고" 등 발언을 했다.

이에 하 의원은 "홍 의원님, 좀 나아진 줄 알았더니 막말 본색은 여전하시다"며 "어떻게 같은당 경쟁후보를 두고 '지X하던 놈', '줘패버릴수도'라는 막말을 하실 수가 있느냐"고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9일에도 홍 의원은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여당의 주요 후보는 대장동 비리의 주범으로 지금 조사받아야 하고, 야당 주요 후보도 장모·부인·본인 전부 지금 조사를 해서 자칫 감옥에 가야 할 그런 범죄 공동체가 됐다"며 "26년 정치하면서 참 기가 막힐 일을 겪는다. 그렇게 대통령이 돼 본들 국민들이 따르겠나 범죄자 대통령을"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캠프는 논평을 내고 "막말 불치병"이라고 받아쳤다. 윤석열 캠프는 "품격이 없다는 지적을 늘 받아온 홍준표 후보가 또 이성을 상실한 듯 막말을 했다"며 "말 같지도 않은 저급한 말을 뱉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함께 경쟁한 당의 다른 대선 예비후보를 겨낭해 '줘 패릴 수도 없고'라고 해서 빈축을 산 게 며칠 전인데 또 추태를 부린 것"이라며 "그러니 홍 후보의 막말병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이란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최종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여론조사 전문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문항이 정해지면 이를 두고 또 후보들 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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