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벨라루스 국가통합 구체화…'단일 경제·에너지 시장 조성'

"공통의 산업정책 마련·단일 전력시장 조성"
푸틴 "경제적 통합 먼저 추진…정치적 통합은 추후 합의"
국제고립 벨라루스, 러시아에 지원 확대 요청
러, 벨라루스 지원 대가로 일부 정책 통제권 요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구소련 소속 국가이자 동맹 관계인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위한 28개 로드맵(프로그램)에 합의했다.

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3시간여에 걸친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푸틴은 "오늘 모든 28개 프로그램이 조율됐다"면서 "이 프로그램들은 제반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법률 단일화와 양국 경제 주체들의 활동 조건 균등화, 단일 금융·에너지 시장 조성, 공통의 산업 및 농업 정책 마련과 이행 등을 지향하는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푸틴은 10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개최될 연합국가 각료회의에서 이 프로그램들이 승인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 올해 안에 열릴 연합국가 최고국가위원회 승인 절차로 넘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루카셴코는 "우리가 함께 가야 더 선진화된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합의된 연합국가 로드맵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은 점진적으로 통합된 거시경제정책을 마련하고, 국가결제시스템을 단일화하며, 공통의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2023년 12월까지 단일 가스시장 조약을 체결하고, 석유 및 석유제품 시장 통합, 단일 전력 시장 창설 등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푸틴은 회견에서 러시아가 내년 말까지 벨라루스에 최대 6억4000만달러(약 7400억원)의 차관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 금융협의체인 '유라시아안정·발전펀드'로부터 15억달러의 차관을 제공 받았다.

푸틴은 양국의 경제 통합을 우선하여 추진하고, 정치적 통합은 추후 여건에 맞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공식 서명식은 없었다. 또 단일 통화 조성과 정치적, 군사적 통합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발생한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진행된 바 있다. 이를 강경 진압한 루카셴코 정권은 서방의 제재 압박에 경제적 위기가 악화되며 러시아의 지원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경제 지원을 대가로 벨라루스의 일부 정부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지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와 반정부 시위로 국제적 고립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의 상황을 활용해 양국 간 정치적 통합을 가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루카셴코 정권에 더 많은 정책적 통합 요구를 내놓고 있다"라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같은 영향력 확대가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정치적 통합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 점과 공식 서명식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같은 긴장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국방 협력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 이후 이날까지 포함해 양국간 여섯번의 회담이 진행된 가운데 벨라루스 측은 러시아의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각종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울러 양국은 4년을 주기로 대규모 군사 연합훈련 '자파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 훈련은 유럽과의 국경에서 주로 진행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측은 해당 훈련이 유럽에 대한 위협적 행위라며 반발해왔다.

곧 열리는 '자파드-2021' 훈련은 10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러시아 측은 이번 훈련에 약 20여만명의 병력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훈련을 명분으로 삼아 유럽과의 국경선에 국방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옛 소련권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에 함께 속해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별도의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하고 국가통합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19년에 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아 연합국가 창설을 위한 분야별 로드맵 개발을 위해 실무 그룹을 구성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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