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황에도 지난해 美 대기업 CEO 보수는 늘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한 지난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S&P500 지수에 포함된 32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CEO 보수 중간값이 1372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2019년 1277만달러에서 7% 증가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CEO 보수 중간값은 2014년 953만달러에서 2015년 943만달러로 감소한 뒤 5년 연속 상승했다. 322개 기업 중 206개 기업의 CEO 보수가 올랐다. 보수가 오른 기업의 평균 상승률은 1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CEO들이 급여 일부 혹은 전부를 포기했지만 큰 영향이 없었다. 주가 상승 덕분에 배당, 스톡옵션 등 주식으로 보상을 받은 덕분이다. CEO의 보수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안 되며 주식 보상과 현금 보너스가 대부분이다. 래리 컬프 제너럴 일렉트릭(GE) CEO는 지난해 급여 65만3409달러를 포기했지만 7320만달러를 보수로 챙겼다. 계약 연장과 새로 조정된 성과 목표 덕분이다.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실적 목표를 조정하면서 경영진의 주머니를 챙겨줬다. 검증된 경영진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서라는 구실을 댔다.

노르위전 크루즈 라인 홀딩스는 지난해 40억달러 손실을 기록했지만 프랭크 델리오 CEO의 보수를 두 배로 늘렸다. 델리오 CEO는 3년 계약 연장에 따른 보너스 등으로 3640만달러를 받았다. 노르위전의 대변인은 회사는 비용 절감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다만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델 리오가 회사에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CEO 보수 증가는 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스타벅스,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등의 주주총회에서는 CEO 보수 안건이 주주 동의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9월1일 이후 주주총회에서 보수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70%를 밑돈 기업의 비율은 6곳 중 1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같은 기간 찬성률 70% 미만 비율이 12곳 중 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 의견이 크게 는 셈이다.

보험·연금 컨설팅업체인 윌리스 타워스 왓슨의 돈 델베스는 "70% 미만 찬성률은 사실상 거부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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