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송국에서 '빵빵' 웃겨드리겠습니다' 곽범·이창호, '웃음사냥' 비결은 [한승곤의 문화수첩]

개콘 출신 곽범·이창호 개콘 폐지 후 유튜브 '빵송국'서 폭소만발
성대모사 달인 곽범 '이경영' "진행시켜" 유행어
미래전략실 본부장, 이택조 등 '부캐' 인기 이창호
"그저 매일 감사합니다" 빵송국 구독자 11만…뒤늦은 전성기 인기몰이

개그맨 곽범(좌) 이창호(우)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창호 미래전략실 본부장. "진행시켜" 곽범. 유튜브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과 함께 높은 조회수는 물론 "정말 웃긴다"라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개그맨에게 `웃긴다`라는 칭찬은 극찬이지만, 사실 두 개그맨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KBS 27기(곽범/2006년 데뷔), 29기(이창호/2014년 데뷔)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개그콘서트에는 늘 출연했지만, 두 사람의 이름 석자가 지금처럼 알려지지는 않았다. 뒤늦은 전성기로 볼 수도 있다.

이유가 뭘까. 많은 팬은 "개콘이 이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아니냐" 부터, "유튜브 없었으면 어쩔뻔" , "개콘 폐지가 진짜 웃기는 개그맨들에게는 기회였구나" 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팬들의 인기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5월 곽범 이창호(이하 존칭생략)가 유튜브에 만든 `빵송국` 채널은 4일 기준으로 구독자 11만명을 넘어섰다.

두 사람에 따르면 초기 구독자 목표는 1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구독자가 늘고 있고 곽범의 유행어 "진행시켜" , 이창호의 `전략본부장`(부캐/이창호 본인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인물을 캐릭터화하여 개그를 하는 일종의 개그장르. 줄여서 `부캐`라 부른다) `이택조` 등등, 두 사람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이들을 만나 지금의 인기와 한국 개그의 현실 등 속 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그맨 이창호(좌) 곽범(우) 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요즘 인기는 실감하시나요, 유튜브가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이창호(이하 이): 정말 감사하게도 조금 실감하고 있습니다(웃음)

▲곽범(이하 곽): 옆에 계신 `창느님` (개그맨 이창호의 인기가 높아 하느님을 빗대어 최대로 칭송하는 곽범의 고급진 표현)만 믿고 갈 뿐입니다. 창느님. 우리 창느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또 창느님이 저에게 말씀하시길 `하늘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수줍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정말 팬 여러분 그리고 개그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개그맨의 꿈을 키우셨나요, 학창시절 예를 들면 `웃음사냥꾼` 이런 학생이셨는지.

▲곽: 저는 자랑 조금 하겠습니다. 각 고등학교에서 축제를 하지 않습니까, 사회자는 각 학년별로 1명씩 할 수 있었는데요. 저는 학년을 뛰어넘어 전체 사회도 보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자랑하겠습니다.

▲이: 곽범 씨 당시 사회 정말 잘 보고, 그때가 지금보다 더 웃겼던 것 같습니다(웃음)

-두 분 콤비신데 만담도 상당히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저희 공연이 만담 위주입니다. 만담이 우리나라 장터에서 시작한 우리 고유의 문화이기도 하고, 널리 알리고 싶죠

▲곽: 아무래도 지금은 만담 개그가 좀 끊긴 것 같고, 예전 우리 선배들 만담 개그, 정말 재미있게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콩트 위주 개그가 인기를 끌다 보니 만담이 설 자리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담을 다시 좀 알리고 싶고 또 하고 싶기도 하죠

이창호 부캐인 미래전략본부장이 괴한의 습격을 막아내고 있다. 사진=피식대학 캡처

-그렇군요. 이렇게 인기가 폭발적이다 보니 개그콘서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이 묻습니다. "그때는 왜 이런 보석을 못 봤을까"라며. 개콘의 구조적 문제는 아닌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 유튜브 구조에서는 피드백을 바로 받고 여러 내용을 수정 개선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개콘은 방송이다 보니 그런 과정이 조금 약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과도기 아니었을까요, 공영방송이다 보니 코미디는 자유로워야 할 영역인데 그렇다 보니 좀 어떤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저희를 비롯해 개그맨들이 유튜브를 통해 갈증을 많이 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공연 무대가 사라졌는데 많이 힘들지 않으신가요

▲이: 앞에 관객분들이 없으니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빵송국`을 통해 호흡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빵송국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콘텐츠 중 `영화에 꼭 나오는 장면` 이건 즉흥 개그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나요

▲곽: 가이드라인은 아주 희미하게만 있습니다. 개그 아이디어 회의도 뭐 딱딱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그렇게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저희가 워낙에 공연을 많이 했고 준비한 아이템도 너무 많고 그래서 놀면서 회의하고 그런 것 같아요

▲곽: 그리고 워낙에 둘이 오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코미디 취향도 같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공연할 때 명함 제작도 앞뒤로 곽범 이창호, 이창호 곽범 이렇게 있었거든요. 그때 실제로 제가 대표였고 이창호 씨는 전략기획본부장이었는데, 이게 이제 유튜브로 오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죠. 이쪽이 정말 형님 저는 그냥 아우(웃음)

개그맨 곽범(좌) 이창호(우)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두분의 신뢰와 믿음이 상당하신데요. 짓궂은 질문입니다. 이창호 곽범 누가 더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곽: 저는 창느님이 걸어가며 흘린 과자 부스러기, 그것만 먹으며 갑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 이 부분 기사에서 삭제 가능할까요, 이건 저를 아주 보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곽: 저는 이거 기사에 꼭 반영해주세요, 창호가 입은 조끼 제가 사준 겁니다.

▲이: 네 사실입니다. 4년째 입고 있습니다.

▲곽: 여러분, 인간 곽범 저는 창느님이 흘린 과자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그렇게 사는 것만으로도 아주 아주 행복하답니다.

-역시 대한민국 개그계의 명콤비 같습니다. 그럼 두 분이 지금 합숙도 하시는지요, 호흡이 아주 대단하신데요 가장 최근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뭐가 있었을까요

▲이: 저희가 개인 생활은 침범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그런 부분은 존중하고 있습니다.(웃음)

▲곽: 최근에 창호 씨가 뜬금없이 아이디어를 보냈는데요. 밤 12시에 `외계인 고문 콘텐츠` 이렇게 카톡을 보낸 거에요

-외계인 고문 콘텐츠요?

▲곽: 네, 그래서 `어 이게 뭐야` 했더니 "애플이나 삼성에서 새로운 스마트폰 나오면 외계인 고문해서 만들었다, 이런 것처럼 우리도 외계인 고문해서 인터뷰해보면 어떻겠나" 뭐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럼 외계인 어디서 잡아오지?` 했더니

▲이: 네 그래서 외계인 아이디어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곽: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저희가 외계인이 되면 됩니다.(웃음)

개그맨 곽범이 영화배우 이경영 씨 성대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빵송국 캡처

-영화배우 이경영 씨 성대모사를 잘하시는데요.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얼마나 보시는지요

▲곽: 하루에 영화 서너 편을 꼭 봅니다. 보면서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요. 요즘에는 미해병 작전 침투 직전 엄숙한 분위기를 보고 여러 장면을 연구했습니다.

-미해병 침투요? 그게 뭐죠 살짝만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곽: 미국 특수부대에서 좀 높은 사람이 뭐라 뭐라 말하면 듣는 애들은 꼭 팔짱을 끼고 그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을 조금 보이는 몸짓을 합니다. 그런 게 좀 웃긴 것 같습니다(웃음)

-그렇군요.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렸어야 했는데..`빵송국`을 통해 공개 될 수 있으니 기대하겠습니다. 조금 핵심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빵송국 아이디어 도대체 어디서 나옵니까,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의 배꼽을 쥐락펴락하십니까

이창호 미래전략본부장의 잘생긴 얼굴. 다소 얄밉지만 뛰어난 업무실적으로 기업의 청사진을 그려내고 있다. 사진=빵송국 캡처

▲이: 빵송국 소재들이 과거 콘텐츠들 공연의 일부분에서 조금 각색해서 하는 것도 많고요, 저희가 새로 아이디어를 짜서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전에 했던 공연에서 조각조각 만들어 하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댓글이나 영상 공유로 팬 여러분이 홍보를 또 해주시니까 그런 면에서 파급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또 기대됩니다.

-그렇게 웃기시는 두 분. 개그맨 롤 모델 있을까요 , 예를 들어 이런 개그맨을 보고 꿈을 키웠다 하는 분 있을까요

▲곽: 유세윤 선배입니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니까요.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유세윤 선배 때문에 개그맨이 되고 싶었습니다.

-오늘 인터뷰 중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이시군요

▲이: 저는 코미디언 윌 페럴 좋아합니다. 저희 꿈 중 하나가 영화 겟아웃 만든 코미디언이라고 있는데요. 저희도 언젠가 영화를 만들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빵송국을 잘 보시면 먼 미래에는 이걸 영화화할 수 있는 그런 장면도 좀 있습니다.

윌 페렐은 미국의 코미디언 및 배우로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크루 출신이다. 영화 겟아웃의 감독 조던 필은 `세컨 시티` 코미디 극단 출신으로, 본인들의 이름을 건 쇼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 빵송국 운영 잘 되고 있는데요 두 분 최종 꿈이 있을까요

▲곽: 창호 씨가 그런 말을 했었어요. 우리가 잘 되면 지하에 공연장 있고 1층에 펍 있고 사무실 있고 그런 공간을 만들자

▲이: 정말 능력이 된다면 그런 공간을 만들어 후배들이 와서 마음껏 공연할 수 있게 하고, 정말 숨은 고수들이 많거든요

- 혹시 그럼 곽범씨 정말 웃기는 개그맨 후배 1명 누가 있을까요 추천을 해보신다면

▲곽: 음 저는 김해준 후배입니다. 동갑이지만 김해준 후배. 정말 웃기고 능력 있고 그렇습니다. 이 후배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김해준 씨가 자기가 자기 댓글 읽는 콘텐츠를 보인 적이 있는데 한번 보세요. 정말 웃깁니다.

개그맨 이창호(우), 곽범(좌)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빵송국 운영 중 힘들었던 기억 있을까요

▲이: 저만의 생각인데요. 저희가 쉽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요. 유튜브에. 그런데 저희가 그걸 안하고 정말 묵묵히 했거든요. 다른 분들이 안쓰러워서 그런 말씀도 하셨어요. "일단 자극적으로 해봐라, 왜 그렇게 하냐", "구독자도 늘지 않는데, 왜 그렇게 하냐"“ 그런데 그냥 우리 개그로 가보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곽: 그걸 좋아해 주시니까 너무 좋죠. 원래 저희 구독자 1만명 생각했는데 지금 구독자 10만명 거의 다 왔습니다. 정말 좀 눈물 날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빵송국을 통해 얻는 기쁨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이: 개콘 때는 우리를 기억해주기보다는 프로그램을 기억해주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곽범 이창호를 기억해주시니까 아주 좋죠. 댓글도 많이 달리고 너무 좋은거에요

▲곽 :이제는 일방적인 콘텐츠는 아닌 것 같아요.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얼마나 가지고 놀고 좋습니까, 그런 저희의 생각을 봐주시면서 개그를 봐주시면 더 웃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곽: 창호 씨 팬클럽 `호르가즘`이라고 있습니다. 창호 씨가 팬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 호르가즘 덕분에 뇌에서 호르가즘이 분비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호르가즘 가족 여러분, 정말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곽: 창호 씨가 요즘 호르가즘 덕분에 너무너무 즐거워하는 게 옆에서 봐도 딱 보입니다. 다시 한 번 팬 여러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빵송국에서 만나겠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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