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악몽의 자영업]한집 건너 눈물의 줄폐업…벌써 7만명, 짐쌌다

올해 11월까지 7만6000명 급감
자영업자 비중 사상 처음 10%대
폐업위기 점포만 내년에 5만 곳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의 방역 조치가 강화되고 시민들의 소비 활동마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음식점과 각종 점포가 밀집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빚쟁이 피해서 야반도주 한 것도 아니고 코로나로 이렇게 한순간에 망가질 줄이야…" 종각역에서 11년째 닭갈비 집을 운영하던 김모(46)씨는 골목 반대편 텅텅 빈 상가들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연말만 되면 앉을 자리도 없던 그의 식당에 문을 연지 7시간만에 찾아온 손님은 딱 두 팀뿐이었다. 서울 대표 상권인 종각역 인근에선 예전의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을 연 식당과 상점 수도 얼마 되지 않는데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 보다 매장 주인들 수가 더 많을 정도다. 대형 식당은 물론 수십년간 자리를 지켰던 요리학원들은 문을 닫고 내부 집기마저 뺐다. 북적였던 여행사 골목에도 여행 상품 전단지들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올해 초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잘 이겨내 보자는 상인들의 다짐도 무너져 '임시휴업' 간판만 가득하다.

28일 코로나19로 자영업 피해가 이어지며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약 18만명 줄었다. 이중 자영업자의 감소 수가 심상치 않다. 7만6000명이 줄어 약 42%에 달한다. 1980년대 30%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 2017 21.3%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20%를 기록한 자영업자 비중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자영업 가구가 내년 5만곳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243만7000곳에 달했던 국내 자영업 가구(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계)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구는 올해 2월 2.3%에 머물렀지만 이달엔 7.5%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내년 3월 정부ㆍ금융권의 소상공인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되면 이 비율은 내년 말 10.4%(약 25만3400가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어 사실상 파산하는 자영업 가구 비중도 올해 2월엔 전체의 0.4%였지만 내년 말엔 2.2%(약 5만3600가구)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창업은 줄고 폐업은 늘어나며 상가 공실률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2.4%로 2019년 3분기의 11.5%보다 10.9%포인트나 상승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소규모 상가의 3분기 공실률은 6.5%인데 전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해 역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에 등록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 데이터에서는 올해 3분기(9월 30일) 기준 서울지역 상가 수가 36만7535곳으로 집계됐다. 1분기 39만1499곳, 2분기 37만321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서만 2만4000여 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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