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지업계의 명암이 엇갈렸다. 포장용 박스용지 등을 만드는 산업용지 업체들은 웃었고, 인쇄ㆍ특수용지 업체들은 울어야 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음식 서비스 시장이 크게 확산됐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온라인쇼핑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6% 늘어났고, 음ㆍ식료품 43.8%, 가전ㆍ전자ㆍ통신기기 거래액은 39.6% 증가했다.
이처럼 음식ㆍ제품 포장용 박스를 만드는 백판지 등 산업용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표정이 밝았다. 대표적인 국내 백판지 업체는 한솔제지, 깨끗한나라, 세하, 한창제지 등, 골판지 업체는 아세아제지, 태림포장, 신대양제지 등이 거론된다.
깨끗한나라는 3분기 매출 1462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81.2% 늘었다. 세하는 3분기 누적 매출 1421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8.8%, 영업이익은 2배 가량 신장했다. 한창제지도 같은 기간 누적 매출 1306억원,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전년대비 50.7%나 늘었다.
골판지 원지 '빅3' 업체인 아세아제지ㆍ태림페이퍼ㆍ신대양제지 등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 아세아제지는 3분기 누적 매출 521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1% 늘었다. 영업이익은 419억원으로 27.2% 감소했다. 골판지 업체들은 택배물량 폭증 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두 차례의 화재 등 시련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산업용지 생산 업체들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중국에서 골판지와 백판지의 원재료인 폐지 수입을 중단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다. 펄프는 지난해 ㎏당 78만8000원에서 지난 3분기 57만4000원으로 27.1%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폐지값도 ㎏당 21만1000원에서 18만4000원으로 12.7% 내렸다. 원재료 가격은 내린 반면, 납품가는 오르는 우호적인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반면, 인쇄ㆍ특수용지 업체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활동과 관련된 유동인구 감소, 외식ㆍ여행 등 소비활동 위축으로 인한 영수증ㆍ라벨스트커 등 특수용지의 수요 감소, 재택근무로 인한 사무용지ㆍ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습교재ㆍ서적 판매량 감소 등 인쇄용지의 수요는 급감했다.
국내 제지 1위 업체인 한솔제지는 백판지 분야에서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제지사업부의 70%에 달하는 인쇄ㆍ특수지의 부진으로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하락했다. 인쇄용지가 주류인 무림페이퍼도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는 "내년 실적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자신했다. 한솔제지의 경우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특수지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변화되는 시장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고, 지난달 한솔이엠이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친환경 관리 사업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무림페이퍼는 최근 자연상태에서 100% 생분해되는 종이컵이나 친환경 종이 완충재 등 친환경 제품에서 독보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친환경 제품이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경쟁력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코로나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침체 흐름이 지속되고, 중국의 폐지 수입 완화 움직임, 환율의 변동성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라면서 "업체별 포트폴리오 다양화, 친환경 제품 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