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IT공룡 독점으로 성장…반독점법 강화해야' 철퇴 예고

반독점소위 16개월 조사후 '449쪽 보고서' 발간
페북 전 직원 "인스타그램과 경쟁 피하는 게 우리의 업무"
기업 쪼개기 등 '독점방지법' 강화 주문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미국 하원 소위원회가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이른바 IT공룡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소위는 또 이들 기업의 독점행태를 막기 위해 연방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해 실리콘밸리 전체로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반독점소위원회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449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거대 IT기업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기술했다. 이 보고서는 16개월간 조사와 130만건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보고서에 대해 "1990년대 미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이후 가장 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소셜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서로 경쟁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었다"는 전 페이스북 직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구글은 부적절하게 경쟁자의 웹사이트를 무시하고 검색과 광고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데 자신의 기술력을 사용했으며 아마존과 애플은 기업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 독점력을 행사했다고 보고서는 기술했다. 이들 기업은 수 년 간 판매자와 개발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규칙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많은 중소기업에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는 보고서에서 이들 기업을 과거 미국의 석유와 철도 재벌에 비유하며 "빅테크 4개 기업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하며 "이들 기업의 서비스 기능에 따라 분할하고 앞으로 인수합병시 기존 시장질서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은 반독점법의 전면 개정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률 수정이 의무는 아니지만 향후 정부가 보다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모멘텀은 된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반독점법에 관한 전면적인 정비를 강조하면서 정부가 향후 문제가 있는 합병을 방지하는 것을 권장했다. 이와 관련해 기술기업이 다른 사업부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 제안을 담았다.

데이비드 시실린 소위원장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구분한 '글래스-스티걸법'에 비유하며 온라인플랫폼과 참여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운영만 하고, 그 안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제재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향후 정책입안자들이 입법을 추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하원 다수가 민주당인 만큼 공화당 의원들은 고강도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입법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너무 급진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해 내년까지 입법이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T업계의 반발이 거센 점도 입법의 장애요소로 꼽힌다. 아마존은 "모든 거대 조직은 당국의 관심을 받고있고, 우리 역시 이러한 조사를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성공이 오직 반독점의 결과라는 추정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대형 IT기업을 왕관에 박힌 보석에 비유하며 "우리나라의 가장 성공한 기술기업들을 겨냥한 것은 우리의 경쟁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논평했다.

투자은행 코웬의 폴 갤런트 애널리스트는 "이 보고서는 독점금지와 IT업계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보고서 자체만으로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신규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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