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1월호’
반도체 제외한 생산·수출 증가세 둔화
내수 경기 미약
한국 경제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가 악화되고,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는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KDI는 정치 발 리스크가 가계와 기업의 경기 심리를 제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KDI는 8일 ‘경제동향 1월호’에서 처음으로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을 내놨다. 지난해 발간한 ‘경제동향 12월호’에서는 우리 경제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지만, 지난달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 등으로 인한 정치 발 리스크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었다.
KDI는 “최근 정국 불안에도 환율 및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나,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2016~2017년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비교하면 금융시장 지표는 안정된 모습이라고 봤다.
KDI는 “과거 정국 불안 시기(2016년 10월24일 이후)에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는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 비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반면 가계와 기업의 심리는 과거보다 더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KDI는 “소비자심리지수가 과거에는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포인트 하락했으며,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했다. 정국 불안 영향으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7)과 비교해 대폭 하락한 88.4를 기록했다.
KDI는 “건설업 생산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해 내수 경기도 미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상품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 장기화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 소비는 승용차, 가전제품, 통신기기 및 컴퓨터,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이 부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했다. 서비스 소비도 숙박과 음식점,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에서 낮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KDI의 내수 부진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반도체 생산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관련 설비투자와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고 했다. 그러나 ICT 품목을 제외한 여타 품목은 증가세가 조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 또한 반도체 관련 투자 개선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했지만 여타 산업에서의 설비투자 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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