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회복기금 합의에 유로화 환율 18개월만에 최고…달러 패권에 도전

유로·달러 환율 1.1527달러…유럽 경제 회복 기대감↑
달러 가치는 하락세…"달러 패권 위협 살아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로화 가치가 18개 월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7500억유로(약 1031조원) 규모의 회복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이후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화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성급한 평가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이날 유로당 1.1527달러로 전일보다 0.6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월9일(1.1543달러)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은 이날 새벽 나온 EU 회복기금 합의다. EU 정상들은 닷새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보조금 3900억유로, 저리 대출 3600억유로로 구성된 회복기금에 합의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코로나19 타격이 큰 국가들이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도 EU 재정기여금의 일부를 돌려받는 리베이트를 받게 됐다.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유럽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반면 달러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95.117로 전일 대비 0.74% 떨어졌다. 지난 3월20일(102.817)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달러인덱스는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와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재정 적자 우려도 커지면서 지난 3월 극에 달하던 달러 수요는 크게 빠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EU 회복기금으로 달러의 세계적 패권에 대한 위협이 살아났다"며 "달러가 세계 주요 기축통화라는 지위에 있어 새로운 의문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외환운용사 AG 비셋 어소시에이션의 울프 린달 최고경영자(CEO)는 "(유로화가) 16개월 내에 달러 대비 30% 이상 오를 것"이라면서 이달 초 유로화 환율이 유로당 1.14달러를 넘어선 뒤 상승 경로에 들어섰으며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는 회복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EU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대규모 채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 국채만큼 안전자산으로 인식될 경우 유로화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유럽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고 투자자들이 달러에 몰린 자금을 다변화하려는 상황에서 "신용 등급이 높은 EU 공동채권이 안전 자산으로서 인식돼 미 국채의 대체제로 제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신용사 무디스와 피치는 EU의 신용 등급을 'AAA'로, S&P는 'AA'로 평가하고 있다. 앙투안 부베 ING 선임 환율 전략가는 EU가 7500억유로 전체 회복기금에 쓰일 자금을 채권시장에서 확보할 경우 발행 규모가 2021~2022년 중 2625억유로, 2023년 2250억유로일 것으로 봤다. 이런 기대감에 유럽 채권시장에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채 스프레드는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17일 2.7888%포인트에서 이날 1.554%포인트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좁은 격차를 보였다. 양국의 국채 스프레드 감소는 유로존의 정치ㆍ금융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길은 여전히 멀다.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 거래에서 가장 넓게 통용되는 통화다. 무역 거래 결제의 절반가량이 달러로 이뤄진다. 외환 거래에서 유로화의 비중은 2009년 28%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20% 수준으로 오히려 줄어든 상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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