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기자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쿠팡 불매합니다", "대규모 감염 방치한 책임져라."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쿠팡 측이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알고서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업무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전날(28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90명대를 넘어섰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82명에서 반나절 만에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쿠팡 측의 방역 관리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물류센터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 측에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23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물류센터 자진 폐쇄 전날인 25일에도 문자를 보내 출근할 수 있는 근무자를 찾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쿠팡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불매를 외치고 나섰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SNS나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쿠팡 불매 의사를 표하고 있다. 29일 오전 8시께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는 '쿠팡불매', '쿠팡불매운동참여', '쿠팡불매운동시작'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250여 개 게시된 상태다.
50대 주부 A 씨는 "쿠팡 측에서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대규모 감염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라며 "첫 확진자 발생 이후에도 근무자를 추가로 모집하기까지 했으니 그런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쿠팡 로켓프레쉬를 자주 이용했다는 직장인 B(28) 씨는 "기업에서 경제적 이득을 위해 공공보건을 해친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면서 "지자체에서도 이런 책임을 물어 고발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한다. 그래야 다른 기업들도 예방을 강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장 손해만 생각하다가 더 큰 손해를 부른 꼴이 됐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불매할 것"이라면서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도 주문이 계속 이어지면,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다른 사람들을 채워 넣고 운영을 강행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불매운동을 이해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지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은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기업들이 일단 자율적으로 방역을 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게 되도록 정부가 자세한 내용을 담은 지침을 보내는 등의 선제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뿐 아니라 영세사업자 등에게도 자세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려주고, 자율적 방역을 시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이 그렇게 하도록 경고를 내리는 등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제2공장)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고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쿠팡이 확진 사례를 통보받고도 계속 근무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 위험에 노출됐다는 부분 등 보도들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행위는 일반적인 상황이어서 제재할 수는 없는 상태다"라며 "예를 들면 행정기관의 행정명령을 어겼다든지 이러면 모르겠는데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지연이나 방임 이런 것들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 활동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은 전면 폐쇄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어디에서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모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기업 측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철저히 방역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