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배럴당 -100달러될수도'…산업붕괴에 美 경기 추가악재

5월말 전세계 저장탱크 꽉차는 탱크톱 우려
지정학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 우려 여전
직간접 고용 1000만명…미 에너지 산업 붕괴 가능성
미 경제 추가 발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제유가가 22일(현지시간) 소폭 상승했지만 추세적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마이너스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과 함께 연관산업 붕괴로 미국 경제에 추가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석유관련 시장정보 분석업체 오일엑스의 분석내용을 인용해 원유재고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일엑스는 "5월 말 또는 6월 초 원유시장은 전세계적인 '탱크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탱크톱은 원유 재고량이 늘면서, 저장고가 더는 원유를 채울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지칭할 때 이용되는 석유업계 용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일엑스는 이어 "매주 5000만배럴 가량이 원유저장고에 채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인도의 경우 원유 저장고가 95% 가득찼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원유를 저장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감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인 "탱크톱이 발생하면 많은 지역에서 원유 가격이 0달러에 근접할 것이며,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즈호 은행의 석유 애널리스트 폴 생키는 "다음달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날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했지만, 시장 전체에 걸쳐 있는 불안감은 여전히 팽배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유 수요가 꺾이면서 시작된 유가 하락은 이제 석유 관련 산업 전반의 위기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석유 관련 업체 등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석유 채굴 기업의 경우 올해부터 2024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만 860억달러에 이른다. 파이프라인 업체도 이 기간 1230억달러를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에너지 산업이 회복세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스타트에너지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유가가 20달러대에 머문다면 500개 이상, 10달러대에 그친다면 1100개 이상의 미국 석유 탐사ㆍ생산 업체가 파산할 것으로 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때문에 미국 경제가 단기 회복 후 다시 악화됐다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W자 모델을 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용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으로 떠오르면서, 오일 관련 산업은 고용시장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직간접적으로 석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000만명에 달한다. 유가 위기는 이들의 고용상의 위기와 직결된다.

실제 석유 산업 위기 등으로 해고가 늘면서 미국 내 고용 상황 역시 악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202만5000건이 늘었다. 2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되는데 시장에서는 430만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달 미국 내 실업률이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유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미국 내 감산 속도는 더디다. 이날 미국 에너지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220만배럴로 줄었다. 이는 지난달 기준 1310만배럴 보다는 90만배럴이 줄어든 것이다. 이외에도 미 정부는 비축유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설령 비축에 들어가도 하루 5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NYT는 소개했다. 시장에서는 미 주요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주의 감산을 결정할 수 있는 텍사스철도위원회를 주시했다. 하지만 텍사스철도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법률적 검토 과정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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