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이 북한의 적의 전파사용을 교란해 레이다, 통신망 등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전기 도입을 추진한다.
28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국방기술품질원을 통해 선행연구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사업추진전략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군 안팎에서는 선행연구결과 전자전기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차세대전투기(FX) 3차사업 당시 보잉의 'F-15SE 사일런트 이글'(Silent Eagle)을 검토하면서 전자전에 대비한 미 해군의 EF-18(그라울러)의 수출승인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FX 3차사업예산을 절감한다면 12대의 그라울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군 안팎에서는 나돌았다.
전자전기를 국내에서 개발한다면 기종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전투기처럼 빠른 속도의 기종이냐, 수송기처럼 장비통합과 확장이 가능한 기종이냐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군은 두 가지 기종을 모두 도입하고 있다. 미 해군의 EF-18(그라울러)는 전투기이며 미 공군의 EC-130H 컴퍼스 콜(Compass Call)은 수송기다. 하지만 미공군은 EC-130H가 노후됨에 따라 주요 전자전장비를 해체해 G550 비즈니스제트기가 기반인 EC-37B로 교체할 계획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대공망을 침투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전체계(NGJ)의 실전배치도 추진중이다. 미 해군은 패트리엇 미사일 제작사인 레이시온에 10억 달러(1조1000억 원) 규모의 1차분 NGJ 개발과 생산 계약을 쳬결했고 오는 2021년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미 해군이 NGJ 배치를 서두르게 된 것은 S-300, S-400 등 러시아가 이미 실전 배치한 최신예 지대공 미사일의 위력 때문이다. 특히 사거리가 400㎞ 이상인 S-400은 100개의 표적을 한꺼번에 탐지 추적해 이 가운데 6개를 격추할 수 있는 데다 B-2 폭격기,F-35 전투기 등 스텔스기들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 지난 2007년 실전 배치된 S-400은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도 모두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이 설명이다.
군이 전자전기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북한의 '거미줄 방공망'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북한의 방공망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공군전력 저지를 위해 평양 일대에 4중의 방공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근 보유한 지대공미사일은 최대사거리 260~300㎞에 이르는 SA-5(Gammonㆍ고고도), 최대사거리 13~35㎞의 SA-3(Goaㆍ저ㆍ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최대사거리가 48㎞의 SA-2(Guidelineㆍ중ㆍ고고도)이다. SA-5는 40여기, SA-3는 140여기, SA-2는 180여기로 추정된다. 2018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SA-2와 SA-5는 전방과 동ㆍ서부 지역에 주로 배치돼 있다.
구소련에 의해 개발된 SA-2는 지난 1957년에 처음 실전에 배치됐다. 미소냉전 당시 소련 본토를 정찰하던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U-2'를 격추시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베트남전에서도 북베트남군에 의해 대량으로 사용됐으며 수많은 미군 전투기들이 이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악명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A-2 미사일은 개발된지 50년이 넘었기 때문에 한미 연합군의 공중세력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도 후방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밖에 SA-7(최대사거리 3.7㎞), SA-16(4.5㎞) 등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전투기 등 표적에서 내뿜는 적외선을 감지해 그 뒤를 자동 추적하는 방식이다. 단거리 비행하기 때문에 평양지역과 최전방 전투부대에 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북한이 자체개발한 신형 중적외선 유도탄도 실전배치했다. 3∼5㎛의 중적외선을 사용하는 SA-16 등 휴대용 지대공 유도탄과 AA-8 및 AA-11 공대공 유도탄이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적외선 추적 유도탄 공격을 받을 경우 항공기 엔진 열보다 4배 이상의 강력한 열을 방출하는 기만용 섬광탄을 쏜다. 대부분의 적외선 추적 유도탄은 탐색범위 내에서 가장 큰 적외선 신호를 추적하기 때문에 항공기 대신 기만용 섬광을 쫓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1∼2년 사이에 실전배치한 중적외선 유도탄은 섬광탄에 속지 않고 계속 항공기를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