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320년 된 곳도 문닫았다…벼랑 끝에 선 백화점

온라인 호황이 직격탄

美서도 올해 1218곳 폐점 예정

▲지난 27일 관할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창업 320년된 오누마 백화점의 야마가타시 본점 전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그동안 오누마를 아끼고 사랑해주신 고객들과 거래처, 지역 주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직원들에겐 힘 없는 경영자여서 미안합니다." 창업한지 320년된 일본의 백화점 '오누마'가 문을 닫았다. 나가사와 미츠히로 오누마 백화점 대표이사는 27일 야마가타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폐업을 알리며 깊이 머리를 숙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북서부 야마가타현에 위치한 오누마 백화점은 이날 관할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오누마 백화점의 폐업으로 야마가타현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백화점이 존재하지 않는 현이 됐다. 오누마 백화점은 26일 영업을 종료한 뒤 야마가타시 본점을 포함해 총 3개 점포를 폐쇄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에만 백화점 9곳이 문을 닫았다. NHK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 폐점이 예정된 백화점이 6곳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백화점협회는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쇼핑센터에 밀려 지방 백화점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소매점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유통업계의 현주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체 소매판매는 호황을 누렸지만 이는 온라인에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홀리데이 시즌(통상 추수감사절부터 연말 연초까지 이어지는 기간) 아마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전체 소매 판매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호황은 오프라인 소매점 폐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는 대형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를 포함해 파피루스 등 소매업체 중 올해 폐점을 계획하고 있는 매장은 총 121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홈데코 유통회사인 피어원임포트는 올해 전체 점포수의 절반인 450개 매장의 폐점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폐점한 소매업체는 2018년 6897곳에서 2019년 9275곳으로 늘었다. 미국에서는 2008년 이후 총 5만7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줄폐업으로 관련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FT는 쇼핑객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2025년까지 50만개의 소매업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소매업체들의 줄폐업으로 미국에서는 '폐업처리 전문가'라는 신종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저렴한 물건을 찾는 고객들에게 대폭 할인을 해주고 영업 마지막날까지 일하는 매장직원을 위로하는 일이다. 재고 정리 판매 기간동안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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