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 범죄 묘사? 선미 '날라리' 뮤직비디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선미 '날라리'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최근 발표된 가수 선미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꾼들은 해당 뮤직비디오를 두고 “성폭행 및 살해 후 시체유기 등 범죄가 연상된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선미의 신곡 ‘날라리’ 뮤직비디오가 지난달 27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여행 가방을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여행 가방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열린 틈 사이로 여성의 손이 나와 잠겨있는 지퍼를 여는 듯 한 모습이 묘사된다. 이후 여성의 두 팔이 가방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여성의 몸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온다. 캐리어도 중심을 잃고 여성의 몸 위로 넘어진다.

한 누리꾼은 “실제로 살인하고 시체유기하는 사람들이 트렁크에 버린다는 거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하게 쓰이는 클리셰”라면서 “안 그래도 최근에 남성이 전여친을 트렁크에 넣어 납치한 사건도 있었는데 대체 이런 장면을 왜 연출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또한 “오드리 햅번 닮은꼴로 유명한 러시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살해된 채 트렁크에서 발견된 사건이 불과 한달 전이다. 선미 뮤비 편집해서 재업로드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월 SNS 스타였던 러시아의 한 20대 여성이 자신의 자택에 있던 여행 가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피해자인 예카테리나 카라글라노바(24)는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집을 찾은 가족에게 발견됐다. 당시 현지 수사당국은 카라글라노바의 살해 혐의로 30대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15일 대전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전 연인을 차 트렁크에 넣어 납치 후 감금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A(28) 씨는 유성구 궁동의 한 거리에서 전 연인 B 씨를 강제로 차 트렁크에 넣어 3시간 가량 데리고 다닌 후 모텔에 끌고 간 혐의로 체포됐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B 씨가 만나주지 않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새 싱글 '날라리'(LALALAY) 발표회에 참석한 가수 선미/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트렁크에 나비 스티커가 붙어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번데기가 나비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 누리꾼은 “저 장면이 설령 예술적 의도나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걸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그런 해석 없이 그냥 시각적인 것들만 보고 넘어간다”면서 “예술을 떠나서 너무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현실은 여자들이 시체로 트렁크에서 발견되고 남자들은 리얼돌을 판매하고 소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여행 가방이 토막살인 시체유기에 사용된 사례가 있고 그게 널리 알려져 버린 이상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범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뮤비 첫 장면 보자마자 유괴 등 범죄 생각나서 소름끼쳤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을 이어갔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번데기에서 나비로 성장’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우며, 여성 대상 범죄로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가방에서 사람이, 특히 여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연상되는 것은 납치, 성폭행, 살인 등의 범죄가 일반적이다”라면서 “리얼돌과 비슷한 맥락으로, 아무런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여성의 몸은 물화·대상화 돼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가방 안에서 숨진채 발견된 피해자를 ‘가방녀’라고 표기했었다. 현재까지 ‘버닝썬 사건’이나 약물 성폭행 등 관련 사건이 계속 발생했고, 그게 현재의 집단 기억으로 남아있다”라면서 “그런데 그게 얼마나 됐다고 가방에서 여자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번데기, 나비 등 고차원적인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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