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문별 성장 차별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부문 간 성장 차별화가 경기 회복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등 일부 IT 대기업이 주도하는 K자형 회복 국면에서는 성장의 온기가 여타 부문으로 확산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서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비IT부문의 경기회복 여부가, 비용 측면에서는 반도체 가격의 움직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27일 2월 경제전망 BOX-부문별 성장 차별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정원석·원영진·황수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경기는 회복국면에 있으나 반도체 등 IT제조업에 성장이 편중된 이른바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 IT제조업 부문과 타 부문 성장률 격차는 2024년 하반기 중 5.0%포인트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8.2%포인트, 3분기에는 9.5%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정원석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역시 2.0%로 전망되지만, IT제조업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 초중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문별 차별화가 심화하면 성장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균형 잡힌 성장 국면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 대기업 종사자 등 일부 계층의 소득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여타 취약 부문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여 경제 전반의 소비 증가나 임금 상승 등 물가 측 상방 압력이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코로나19 이후 기간을 대상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을 수요·공급 요인으로 분해해 보면 반도체 사이클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3년 2분기 이후로도 물가 상승에서 수요 요인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짚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같은 정도의 성장을 해도 부문별로 성장 차별이 심화할수록 ▲소비경로와 ▲임금 경로를 통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더 적게 나타난다. 국가별로 봐도 소득 불균형 확대 시 성장과 물가 간 관계가 약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소득 불균형이 심해 지니계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필립스 곡선(물가 반응의 민감도) 기울기가 더 완만하게 추정됐다. 정 차장은 "이는 경제 성과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차별화된 성장이 총수요의 물가 반응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데이터로 2023~2024년 중 가계소득 변화를 분위별로 살펴보면, 고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 증가 폭이 736만원으로 여타 분위 가구를 크게 상회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소득계층별 한계소비성향(MPC)을 추정한 결과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은 중·저소득층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하락하는 모습이다. 정 차장은 이에 대해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되지만, 정작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저축이나 자산 축적으로 흡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 결과 경기개선에도 불구하고 소비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의 연결 고리가 약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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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임금 격차 확대 영향도 확인된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직 임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나 임시일용직 임금은 건설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24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산업별로 보면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 등 IT제조업 부문 임금은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으나 비IT제조업 부문 임금은 오히려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임금 격차가 확대됐다. 사업체 규모별로도 최근 대규모 업체의 임금 상승이 소규모 업체를 웃돌면서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런 임금 격차 확대는 경제 전반의 기조적 임금 상승 압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상대적으로 임금 상승 폭이 큰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비중이 제한적인 데 따른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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